글로벌 은행들, ‘중국 금융개방’ 환상 깨졌다…은밀히 일자리 줄여

입력 2022-11-1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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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중화권 투자은행 인력 해고
중국 거래팀 축소하고 투자 규모 줄이는 등 발 빼
시진핑 ‘공동부유’ 강조·시장 규제, 전망 악화시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16일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신화뉴시스
3년 전 중국 금융개방을 최고의 기회로 여기고 시장 공략에 총력전을 기울였던 글로벌 은행들이 이제 발을 빼고 있다. 거래 부진과 정치적 긴장 고조로 56조 달러(약 7경4239조 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시장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은행 고위 경영진들은 중국시장에 대한 장기적 안목을 강조하지만, 배후에선 현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현지 합작법인 인수와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던 것과는 상황이 바뀐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 투자은행가들을 해고했는데 대다수가 중화권 인력이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올해 남은 기간 더 이상의 정리해고는 계획에 없지만, 내년에는 이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버그핀커스는 중국 거래팀을 축소했고, 모건스탠리는 곧 단행할 긴축 조치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500명의 투자은행 인력 중 10%를 감원할 전망이다. 임금이나 보너스를 줄이는 은행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이 여파로 하위직 직원의 10~15%가 퇴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은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칼라일그룹은 중국에 대한 85억 달러의 새로운 아시아 펀드 투자 계획을 절반으로 축소했고,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도 중국 투자를 줄였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규제 일변도로 돌아서면서 시장 전망을 악화시킨 것이 은행들이 발을 빼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의 고강도 코로나19 봉쇄 조치인 ‘제로 코로나’로 경제 성장이 발목 잡힌 데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강조하면서 투자 심리를 약화시켰다.

미·중 긴장 고조도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크리스토퍼 마퀴스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국가안보는 경제 성장을 넘어 시 주석의 지배 논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금융업은 보이는 것보다 안보와 더 많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 은행도 중국에 아예 등을 돌릴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ING그룹의 아이리스 펑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제한만 완화되면 중국은 충분한 성장 여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현재 경제 상황은 일시적이다.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늘어나고 있고 부(富)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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