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랐나"…'룰라 리스크'에 브라질 펀드 내리막길

입력 2022-11-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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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펀드 일주일간 -5.95% '뚝'…룰라 리스크에 쓴맛
중앙은행 긴축ㆍ정부 재정지출 '엇박자'에 시장 불신 커져

▲주요 권역별 펀드 수익률(11일 기준) (출처=에프앤가이드)

강도 높은 긴축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그림자 속에서 고공 행진하던 브라질 펀드에 제동이 걸렸다. 선제적인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강국’의 수혜를 톡톡히 보던 브라질이었지만, 대통령 선거 이후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그 뒤에는 지난 9월 영국 정부가 촉발한 금융 불안의 그림자가 자리한다.

14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설정액 10억 원 이상 브라질 펀드 10개의 주간 수익률은 -5.9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2.76%), 해외주식형 펀드(-0.97%)보다 낙폭이 컸다.

브라질 펀드는 연초 이후 20.91%, 3개월간 5.62% 상승하며 글로벌 약세장 속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외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봤고, 미국보다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환율 방어에 성공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12차례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연 13.75%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브라질 펀드들도 ‘쓴맛’을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꺾이면서 다른 신흥국 증시들이 상승세에 올라탄 것과 대조적이다. 브라질이 9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재정 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룰라 당선인의 공약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현금 지원 프로그램을 600헤알(약 80만 원)로 확대하고자 한다. 여기에 다른 복지 공약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포함하면 1600억~2000억(약 40조~50조 원) 헤알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금융시장은 갑작스럽게 변동성 국면에 진입했다. 룰라 당선인이 복지 공약 실행을 위해 재정책임법으로 정해져 있는 지출 상한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은 지난 영국 사태처럼 정부의 재정 확장에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9월 영국 정부는 대규모 감세안을 골자로 하는 ‘미니 예산’을 발표한 뒤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가 3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 불안이 커진 바 있다. 감세안을 대부분 철회하기로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긴축과 정부의 지출 사이 모순을 불신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브라질의 펀더멘털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수습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면서도 “결국 시장 우려의 본질은 일회성 지출이 아닌 룰라 행정부가 이 같은 지출 행태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은 주요국 통화정책, 정치적 리스크 등 대내외적인 요인에 따라 시장이 쉽게 흔들릴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던 2018년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2020년 초에도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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