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과거의 무게와 의미

입력 2022-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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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양도세, 그 연유를 다시 보자

왜 역사를 알아야 할까? 복잡한 현실의 여러 문제를 제치고 굳이 수백,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사실을 들추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대비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연유를 현재의 시각으로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시도로 빚어진 갈등이나 러시아 내 정치적 배경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같은 동슬라브인에 속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기원을 공유하지만 서로 갈등의 관계에 있었다. 두 나라 간 전쟁이 역사 전쟁의 양상을 띤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현실의 법과 제도도 지난 시대의 유산이다. 우리나라가 속하는 대륙법계의 근간은 로마법과 게르만법이다. 특히 로마법은 우리나라 민사법의 법원사(法源史)다.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난 원인 중 하나는 과거를 경시했기 때문이다. 이태원에서 핼러윈 행사가 올해 처음 열린 것이 아니다. 예전에도 대규모 군중이 모였다. 한두 번 겪어본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경찰이 이런 규모의 행사를 대처한 경험이 없을 리 없다. 유독 경찰의 관심과 통제가 사실상 부재했던 이번 행사에서 대규모 참사가 일어난 것을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

참사 직후에 윤석열 대통령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그간 국가 기능이 작용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다. 대통령의 말은 제도의 미비를 탓하는 것으로 들린다. 이런 프레임으로 책임의 상당 부분을 과거 정부들로 떠넘기려는 시도로 오해를 살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경찰의 부적절하고 미숙한 대응이 속속 알려졌다. 곧 수사 국면으로 전환됐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제도의 미비 탓이 아니라고 말을 고쳤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전까지는 상장주식의 경우 본인과 가족과 같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종목별 보유 비율이 1% 이상(코스피 기준)이거나 시가총액이 10억 원 이상이면 양도하는 주식에 과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원래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늦추는 대신 유예기간에 현재의 주식양도세 과세기준을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특수관계인은 빼고 개인 기준으로 100억 원 이상 보유하는 개별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자는 것이다. 개정 이유로 신규자금 유입 유도를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내세웠다. 정부안은 사실상 주식양도세의 폐지에 가깝다. 2020년 말 기준으로 100억 원 이상 주식 소유자는 전체의 0.03%에 불과한 까닭이다.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입법 배경은 당시 삼성그룹 이재용 전무의 변칙적인 상속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세법은 상장주식의 양도로 얻는 소득에 전혀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증여받은 돈으로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후 상장을 통해 주가를 부풀려 막대한 주식양도차익을 실현해도 세금은 푼돈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그 방법을 써서 이재용 전무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증여받은 현금 61억 원으로 600억 원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부담한 세금은 총 16억 원에 불과했다. 뒤늦게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국회와 정부는 대주주의 대량매매는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세법을 고쳤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주식양도세의 실질적인 한시적 폐지를 제안한 정부는 이러한 입법 배경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세법의 제·개정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대통령도 안다. 지난 대선 TV 토론회에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한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주식양도세 도입 배경을 물었고, 윤 후보는 “글쎄, 한 번 좀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래서 심 후보가 가르쳐 줬다.

정부는 주식양도세 문제에서 세 부담의 공평이라는 세법의 지도이념은 가벼이 제치고 효과도 불분명한 증시 활성화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이를 통해 수많은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였다. 논점을 흐리는 대신 지지세력은 확보했다. 세법개정안에 포함한 가업승계 개편안과 묶으면 2년 동안 고액자산가 증여의 큰 장이 서게 된다. 입법 연혁을 무시한 채 꼼수를 부리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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