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결’ 막아낸 미국 민주당...트럼프 ‘역효과’ 휘말린 공화당

입력 2022-11-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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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현재 하원 공화당 207석, 민주당 184석 확보
상원도 오리무중...최악의 경우 내달 조지아주 결선투표까지 가야
무당파층, 트럼프 재등장 우려에 격전지서 민주당 지지
공화당 안팎서 트럼프 책임론 커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연설하고 있다. 팜비치(미국)/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8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한숨을 돌렸다. 하원 다수당 지위를 4년 만에 공화당에 내줄 것으로 보이지만 압승은 저지했다. 상원 과반 운명은 아직도 판가름이 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내달 조지아주 결선투표까지 지켜봐야 한다.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을 딛고 선방한 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을 우려한 표심이 집결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시간 10일 오후 3시 현재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207석과 184석을 확보했다. 어느 쪽도 과반을 위해 필요한 218석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상원의 주도권 향방은 더 오리무중이다. 현재 공화당은 49석, 민주당은 48석을 확보했다. 알래스카, 네바다, 애리조나에서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민주당이 두 곳만 가져와도 다수당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기 때문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서다.

WSJ는 민주당의 높은 투표율, 무당파층의 민주당 지지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선거 전, 무당파층은 공화당에 지지를 보낼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 불안이 선거를 지배한 핵심 이슈였던 만큼 정권 심판에 나설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AP보트캐스트에 따르면 무당파층이 주요 격전지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공화당과의 격차를 벌려놨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무당파층의 민주당 지지가 공화당보다 19%포인트(p) 많았다. 다른 격전지인 조지아에서도 28%p, 애리조나에서는 30%p 각각 많았다.

무당파 유권자인 마이클 스튜어트(54)는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현역 애비게일 스팬버거를 찍었다. 그는 “공화당 후보인 웨슬리 베가가 너무 극단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정치판 재등장은 민주주의를 해친다”며 “국가를 지키기 위해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잘해서 찍었다기보다는 트럼프의 공화당이 싫어서 표를 던졌다는 의미다.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점도 민주당에 호재가 됐다. 상원의원 선거에서 트럼프가 지지를 표명한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가 선택한 메흐멧 오즈가 민주당의 존 페터먼에게 패했고, 애리조나에서는 블레이크 매스터스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마크 켈리에게 뒤지고 있다. 조지아에서도 허셜 워커가 라파엘 워녹에게 밀린 채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상원 다수당 정치위원회(PAC)를 이끄는 J.B.퍼쉬는 “공화당 후보가 너무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다 보니 공화당원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원이자 전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정치 전략가인 스콧 리드도 “트럼프가 2류 후보를 고른 것으로 드러났고 선거 막판 3주간은 본인이 주인공이 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안팎에서는 당장 트럼프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피터 킹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더는 공화당의 얼굴이 돼서는 안 된다”며 “당은 개인을 추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와 보수 성향 미디어에서 트럼프 비판 봇물이 터지자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고 평가했다.

2024년 대선 재도전에도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 참가할 의사를 내비쳤던 공화당 인사들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전 트럼프 정부 대변인은 폭스뉴스에서 “트럼프는 대선 도전 선언을 최소한 조지아주 결선투표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선거 전날인 7일 “중대 발표를 오는 15일 하겠다”며 대선 재도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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