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돈 날린 엘살바도르, 중국 제안에 고심

입력 2022-11-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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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통화 채택 후 비트코인 가치 60% 떨어져
1년 새 6000만 달러 손실
울로아 부통령 “중국이 부채 사겠다고 제안, 신중할 것”

▲엘살바도르 산호세 데 라스 플로레스의 한 담벼락에 ‘비트코인을 거부한다’는 낙서가 쓰여져 있다. 산호세 데 라스 플로레스(엘살바도르)/EPA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엘살바도르가 중국의 지원 제안에 고심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참석한 펠릭스 울로아 엘살바도르 부통령은 부채 구조 조정에 관해 묻는 말에 “중국이 우리 부채 전부를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우린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울로아 부통령은 “우리는 첫 번째 입찰자에게 당장 팔지 않을 것”이라며 “조건을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엘살바도르는 2023년, 2025년 만기 국채를 환매하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지난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고 유통한 뒤로 비트코인 가치는 60%나 떨어졌고, 경제 성장률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엘살바도르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87%에 달할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평가한 엘살바도르 국가신용등급은 투자 등급보다 7단계나 낮은 ‘CCC+’로 중미에서 가장 낮다.

엘살바도르는 3억 달러가 넘는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했지만, 1년 새 6000만 달러(약 830억 원) 손실을 봤다. 또 주민 사이에서 비트코인 이용률도 낮다. 정부는 비트코인 유통을 위해 전자지갑 앱인 ‘치보’를 도입했지만, 이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 중 20%만이 무상으로 제공된 30달러 보너스를 지출한 후에도 계속 치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엘살바도르는 어설픈 비트코인 실험에 경제는 살리지도 못하고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중국은 엘살바도르가 채무 환매를 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다만 엘살바도르는 중국이 어떤 조건을 붙일지 몰라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년 1월 6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엘살바도르는 이미 채무 일부를 환매했고, 1월 해당 부채 상환일 전에 추가 환매에 나설 전망이다. 울로아 부통령은 “예산처와 중앙은행이 2차 환매를 준비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을 환매 자금 조달에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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