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일주일…비극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

입력 2022-11-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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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참사로 130명의 우리 국민과 26명의 외국인이 희생됐다. 국가 재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잇따른 실언으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 비극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11만 명 이상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5일에는 서울광장에 7660명, 25개 자치구 분향소에 1만2363명이 조문했다.

11만 명의 발자국에 담긴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매뉴얼 정비, 철저한 책임 규명을 넘어 정부에 대한 항의도 포함됐다. 실제 한 유가족은 지난 4일 합동분향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근조 화환을 파손한 뒤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며 분노하기도 했다.

참사 당일 최초 112 신고 접수 시각은 오후 6시 34분이었지만, 경찰 기동대는 5시간이 지난 밤 11시 40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 역시 당시 참사 현장처럼 마비된 것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한 책임 규명과 꼼꼼한 재난 대응 시스템 정비는 과제로 남았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이에 앞서 공직자들의 진정성 있는 상황 인식과 공감능력을 바라고 있다.

유가족들…슬픔보다 분노가 앞서는 이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다음 날 기자들 앞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참사 관련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농담을 섞어 이야기하는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현장을 방문해 ‘뇌진탕’ 등을 언급하며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라고 반말을 해 상황 인식이 안 되고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20년 4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의 노동자가 숨졌을 때, 이낙연 전 총리는 “어떤 대책을 갖고 왔느냐”는 유가족의 질문에 “현직에 있지 않다. 국회의원이 아닌 조문객으로 왔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이 전 총리의 신분은 ‘국회의원 당선인’이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총리, 장관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번 참사를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라고 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시스템을 관리하는 건 사람이다. 당연히 그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가 정쟁으로 변질…진보‧보수 집회 잇따라

참사 후 첫 주말인 5일에는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과 종교 단체들이 서울 시청역 앞에서 오후 5시부터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팻말을 들고 “윤석열 퇴진이 곧 평화이자 추모”라고 외쳤다.

같은 시각 보수성향의 신자유연대는 삼각지역 근처에서 ‘윤석열 정부 퇴진 반대 및 추모집회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자’라는 현수막이 달렸다. 이들은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같은 집회에 한 시민은 “참사가 발생한 지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특정 단체들이 각자의 정치적 득실에 따라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며 “비극에 편승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고, 한국의 ‘남 탓’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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