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밥 한끼 먹여야지”…이태원 골목에 차려진 제사상, 경찰도 함께 울었다

입력 2022-11-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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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PD수첩’)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비극을 목격한 이들이 사망자들을 추모했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이태원 참사를 다루며, 방송 말미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동의 골목에 제사상을 차리는 상인의 모습을 비췄다.

해당 골목의 한 상점에서 쟁반에 초 2개와 국과 밥, 배와 감 등으로 상을 차려 나온 중년 남성 A 씨는 골목 한가운데 돗자리를 폈다.

A 씨는 돗자리에 자신이 차려온 제사상을 올려두고, 라이터를 켜 초에 불을 붙였다. 그는 신발을 벗고 절을 올린 뒤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흐느끼듯 어깨를 들썩였다. A 씨는 참사 당일 가게 문을 개방해 많은 부상자를 구했다고 한다.

골목을 통제 중인 경찰은 A 씨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러자 A 씨는 “이러시면 안 된다. 이거는 봐줘야 한다”며 “여기는 현장이다.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경찰 여러 명이 나서 그를 만류했지만, A 씨는 “그러지 마시라. 저건(제사상) 놔둬라. 손도 대지 마라”며 울부짖었다.

실랑이 끝에 경찰도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은 자리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우는 A 씨의 어깨를 다독이고 위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여전히 쓰레기가 나뒹구는 골목엔 A 씨의 울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출처=MBC ‘PD수첩’)

이날 방송에서는 생존자 B 씨의 인터뷰도 공개됐다.

B 씨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이었던 오후 10시 9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112에 ‘이러다 압사 사고 난다’고 신고 전화했던 때를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와 같이 단차 20㎝ 정도 되는 곳에 올라 서 있었다”며 “밑에 다른 남자아이가 부모님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있는 걸 보고 가게 문을 막 두드려 ‘아이라도 안으로 넣어달라’고 부탁해 가게 안으로 집어넣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B 씨는 쓰러진 사람들을 급한 대로 바닥에 눕혀놓고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해야 했던 상황에서 의료진을 도운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의료진들이) 이분 손이라도 모아드리라고, 시신이 굳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시신이 대(大)자로 있으니까 다리랑 손 좀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참담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몸이) 그대로 굳으면 나중에 힘든가 보더라. 관에 들어갈 때나 이럴 때. 그래서 그때부터는 (시신의) 손을 모으고 다녔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돌아가셨지만 고생이라도 덜하시게 손을 계속 모으고 다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 골목에서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가 몰리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는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6명, 부상자 172명 등으로 총 328명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과 부상자 등을 위한 정신 건강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 유가족이나 부상자, 목격자 등은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서울 거주자), 국가트라우마센터(서울 외 지역 거주자, 외국인)에서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다.

▲(출처=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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