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자리 잡아가는 상병수당…‘사각지대 해소’ 박차

입력 2022-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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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시범사업 시행, 전국 6개 기초단체서 운영 중 현장 의견 반영해 지속적 제도 개선 적용대상 ‘해당지역 사업장 근로자’까지 확대 본제도 정착하면 ‘OECD 마지막’ 상병수당 도입국

#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항만근로자 A(49·남) 씨는 6월 8일 집 욕실에서 미끄러져 좌측 늑골이 골절됐다. 28일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통증이 호전돼 퇴원했으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옮길 수 없어 7월 8일부터 20일까지 상병수당을 신청했다. 그 결과, 근로가 불가능한 기간 13일 중 대기기간 7일을 제외한 6일에 대해 상병수당 26만3760원을 받을 수 있었다.

#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B(29·남) 씨는 추간판 탈출증 치료를 받으며 근무를 하던 중 증상이 악화해 7월 7일부터 8월 1일까지 일을 쉬었다. 이에 상병수당을 신청한 B 씨는 근로활동 불가기간 25일 중 대기기간 14일을 제외한 11일에 대해 48만3560원을 받았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졌을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7월 4일부터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전남 순천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등 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1단계 시범사업이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제도를 설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자체 협조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시범사업 모형은 지역별로 다양하다. 부천과 포항은 근로활동 불가기간에 최대 90일간(대기 7일) 수당을 지급한다. 종로와 천안은 부천·포항과 지급조건이 같으나 최대 보장기간이 120일, 대기일은 14일이다. 순천과 창원은 입원한 신청자에 한해 의료이용일수만큼 수당을 지급한다. 최대 보장기간은 90일, 대기일은 3일이다. 사례 1은 모형1, 사례 2는 모형2 적용 실사례다.

시범사업 적용대상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소재 사업자에 근무하는 만 15~64세 취업자(한국 국적자)다. 질병·부상으로 일할 수 없을 때 하루 4만3960원(최저임금 60%)을 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는 직전 3개월 이상 사업자등록이 유지됐어야 하며, 최소 한 달은 매출이 191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의료기관에 방문해 구비서류를 받고, 건보공단에 상병수당을 신청하면 된다. 이후 건보공단의 확신·심사를 거쳐 근로중단 확인서를 제출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참여의료기관은 종합병원 15곳, 병원 36곳, 의원 207곳 등 258곳이다. 이는 근로활동 불가기간에 수당을 지급하는 4개 시범사업 지역 의료기관의 17.9%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는 ‘집중신청기간’이 운영 중이다. 기존에는 시범사업 지역 내 사업장에서 일해도 거주지가 타 지역이라면 상병수당을 신청할 수 없었다. 현재는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 소재 사업장에서 근무하면 상병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지금은 일하고 있더라도 시범사업 시행 이후에 아파서 일을 못 한 적이 있다면 집중신청기간 중 입·퇴원 확인서, 근로중단 확인서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시범사업 시행 중에도 업무처리지침은 지속해서 개정되고 있다. 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이다.

지난달에는 적용대상이 시범사업 지역 소재 사업장 근무자까지 확대된 데 더해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서류제출 요건이 완화했다. 기존에는 상병수당을 신청할 경우 사업주가 확인한 근로중단 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했으나, 특수고용직 특성상 사업주가 명확하지 않아 현재는 본인 작성도 허용되고 있다.

적용대상 확대는 지역별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다. 7월 31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순천 취업자의 거주자 비율은 77%에 달하지만, 종로에선 5%에 불과하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3단계 시범사업을 통해 대상규모, 소요재정, 행태변화 등 정책효과를 분석하고 운영체계를 점검해 본제도 도입방안 마련에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시행 중인 1단계 시범사업은 내년 6월 30일 종료된다.

상병수당이 본제도로 도입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마지막’ 상병수당 도입국이 된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상병수당을 도입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뿐인데, 미국도 일부 주에선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182개 회원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상병수당 미도입국은 한국을 포함해 19개국에 불과하다.

한국형 상병수당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를 두며, 국제노동기구(ILO) 상병급여협약(1969년)을 그대로 따르진 않는다. 여기에는 건강보험 체계, 산업재해보상보험, 실업급여 등 기존에 도입·시행된 제도들이 고려됐다. 타 국가도 ILO 협약에 구속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상병수당 제도를 설계·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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