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속 한계기업 옥석 가리기 시작

입력 2022-11-01 11:10수정 2022-11-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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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부동산PF현황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가 쏘아올린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고금리 등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계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은 회사채·단기어음(CP)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한 번 냉각된 자금시장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통영에코파워는 51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미매각 사태를 맞았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기업임에도 목표치에 미달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SK렌터카(A등급)은 800억 원으로 발행하려던 회사채는 100억 원어치만 팔렸고, JB금융지주(AA+)도 1000억 원 중 620억 원이 미매각됐다.

자금 조달 길이 막히다 보니 당장 내년에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가 걱정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46조9127억 원이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갚는 방법은 원금으로 상환하는 방법과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갚는 차환이 있는데, 회사채 발행마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은 상장사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장사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가 건전하다고 평가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반기 기준 금융회사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쌍용차와 비디아이, 에어부산을 제외하고 아시아나항공(6544.55%), CJ CGV(4053.30%), 코다코(1277.04%), 한화(1166.47%), 엘아이에스(1090.57%), 티웨이항공(963.06%) 순으로 부채비율이 높았다.

대기업 계열사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레고랜드에 참여한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 등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인데,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것이란 점을 고려해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롯데케미칼을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늘면서 한계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을 가리킨다. 즉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 수는 2011년 2604개에서 지난해 3572개로 증가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대상 기업 중 14.9%가 한계기업이라는 의미다. 또 한국은행은 경기 둔화와 환율·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올해 연말 이 비중이 18.6%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계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계기업의 정의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인 만큼 금리 인상과 자금시장 경색 이슈 등으로 단기적인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은 충분히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용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의 의미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가 3년이나 지속됐다는 것이고, 즉 사업성을 상실했다는 의미”라며 “지금처럼 금리가 빠르게 오르거나,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서 일시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는 건 기업만의 잘못으로 볼 수 없다.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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