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우만 웃어…악재 장기화에 실적 전망 '먹구름'
올해 3분기 건설업계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건설 원자잿값 급등과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국내 10대 건설사 중 대부분이 3분기 실망스러운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건설 원가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일회성 요인이 아닌, 향후 수년간 건설 업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인 만큼 당분간 건설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시공능력 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중 3분기 영업이익 지난해 3분기 대비 늘어난 곳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세 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 포스코건설, GS건설은 모두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이날 기준 실적을 발표한 곳은 총 7곳임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지난해보다 안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기업은 건설 원자잿값 상승과 주택 경기 불황 영향이 컸다.
지난 26일 현대건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3분기 영업이익 1537억600만 원을 기록해 지난해 3분기(2203억6300만 원) 대비 30.2% 감소했다.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3.3%로 전년 동기 4.4%보다 1.1%포인트(p)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국내에서 약 51조4030억 원 규모의 수주고를 올렸는데, 올해는 3분기까지 64조5600억 원의 수주 잔액을 기록했다. 영업 실적은 더 좋지만 건설 원가가 치솟아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시장 전망(컨센서스)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20%가량 줄었는데 문제는 마진”이라며 “매출 원가율이 지난 분기 대비 2.1%, 전년 동기 대비 4% 포인트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3분기 영업이익 43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110억 원) 대비 61.26% 급감했다. 포스코건설 영업이익률은 올해 1.9%로 지난해 3분기 5.5% 대비 3.9%p 감소했다. 회사는 지난 24일 열린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건설 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추가 원가 발생으로 이익이 줄었다”며 “건축 분야에선 자잿값 상승에 외주비 상승이 겹쳐 추가 원가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DL이앤씨는 3분기 영업이익 1163억6600만 원을 기록해 지난해 3분기(2589억5000만 원)보다 55.0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DL이앤씨는 “주택 원가율 상승 및 해외 법인의 일회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같은 기간 1522억6500만 원에서 1250억8700만 원으로 17.85% 감소했다.
반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악재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영업이익 3240억 원을 거둬 지난해 3분기 1300억 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우건설은 255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393억 원)보다 83% 급증한 실적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와 해외 수주 증가로 영업이익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사업장은 한국 평택과 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 공사와 카타르 LNG 탱크 등 플랜트 매출이 실적을 이끌었다. 대우건설도 주택과 플랜트 모두 선전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다.
문제는 연말 이후 내년까지 건설 원가 상승과 업황 부진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는 분양 호조에 일부 회사는 올해 초부터 원자잿값 상승에 대비해 원가관리에 나서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다”며 “최근 미입주·미분양에 금리까지 올라 금융비용도 만만찮은 만큼 4분기부터는 업계 전체가 영업이익 감소세로 돌아설지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