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본 외국 전문가 “관리 체계 없으면 또 일어나”

입력 2022-10-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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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규모 행사엔 적절한 계획과 훈련받은 사람 필요”
“압박성 질식사까지 6분, 군중 넘어지면 못 일어나”
“핼러윈과 같은 행사, 앞으로 더 몰릴 것”

(조현호 기자 hyunho@)
외국 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사전에 군중 밀도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노섬브리아대에서 군중 관리를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에이머스 교수는 “이러한 대규모 행사에는 적절한 계획과 군중 관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위험할 정도로 높은 군중 밀도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스 스틸 서퍽대 군중 과학 객원교수 역시 “현재 허용되는 대규모 모임의 증가는 군중 관리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며 “지난 1년간의 전염병 제한이 완화하면서 군중은 더 자주 모이게 됐고, 이태원에서 열린 핼러윈과 같은 행사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참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특히 스틸 교수는 이번 참사 원인을 지나치게 좁은 곳에 몰린 군중들의 압박(crush) 때문으로 볼 순 있어도 한쪽으로 우르르 몰리는 쇄도(stampede)와는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압박하는 움직임은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꽉 들어찼을 때 일어난다”며 “본질적인 원인은 도미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틸 교수는 “우르르 몰리는 것은 사람들이 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태원에선 그러지 않았다”며 “군중이 많을수록 압박받는 힘은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람들이 이번 사태의 사인인 압박성 질식사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분”이라며 “군중 전체가 하나가 돼 쓰러지고 밀폐된 공간에 놓이면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WP는 “이번 사고는 2014년(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에서 벌어진 가장 치명적 재난”이라며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면서 올해 이태원의 핼러윈은 공포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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