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9년 세계 패권 쥐겠다” 시진핑 선언에 시장은 냉랭

입력 2022-10-27 16:48수정 2022-10-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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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 경제 성장→안보·정치 안정 우려
청사진, 모순으로 가득…규제 강화하면서 기술 자급자족 선언
상하이지수, 올해 18%·항셍 34% 각각 급락
홍콩 공적연금, 금융위기 이후 최악 손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소 10년 이상, 어쩌면 평생토록 집권을 연장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됐다. 이제 관건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된 시 주석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지난주 열린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오는 2049년까지 미국을 넘어 패권국이 되겠다고 사실상 선언했지만, 시장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16일 당대회 개막식에서 “2035년까지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고, 1인당 소득을 중산층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2049년에는 종합적으로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 측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즉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원대한 계획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당대회가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 24일 홍콩증시 항셍지수와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는 최소 6% 이상 폭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번 주 위안·달러 환율은 한때 7.30위안 선으로 치솟으면서 위안화 가치가 15년 만의 최저 수준을 찍었다.

시장이 요동치자 중국 당국은 황급히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하며 혼란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불안은 여전하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18%, 홍콩 항셍지수는 34% 각각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꿈을 실현하려는 방식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면서 “그가 국가를 어떻게 국가를 이끌 것인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하이 당서기 출신이자 차기 총리로 내정된 리창을 비롯해 이번에 최고지도부에 오른 인사들 대부분이 중앙 정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충성파’들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의 우선순위가 경제 성장에서 국가안보와 정치 안정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 주석이 제시한 청사진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실제로 정부의 각종 규제 철퇴로 자국 기술기업들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은 기술의 자급자족을 선언했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논하면서 대만과의 파국적인 전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콩시립대학교의 류둥수 교수는 “과거에는 중국이 경제 발전에 저해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중국이 경제 발전과 시장 신뢰를 훨씬 더 많이 희생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리 더건 글로벌CIO오피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당대회는 시 주석이 중국 정책을 공산주의로 되돌리고 있다는 두려움만 키웠다”며 “개방을 역설했지만, 그의 비전은 서구의 비전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피해는 투자자를 넘어 일반 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 직장인들이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공적연금인 MPF(Mandatory Provident Fund)는 24일 기준 올들어 약 2680억 홍콩달러(약 51조6459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손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 주석의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로 중국과 홍콩시장이 부진에 빠진 영향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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