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이빨 빠진 호랑이’ 후진타오를 왜 쫓아냈을까

입력 2022-10-24 17:3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돌연 퇴장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시진핑 ‘1인 천하’ 도래를 국내외에 선포하며 22일 막을 내렸다. 중국 최고 지도부가 시진핑 국가주석 측근으로 물갈이된 가운데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 전파를 탔다. 2002~2012년 중국을 이끈 후진타오 전 주석이 끌려나가다시피 퇴장한 것이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22일 최종 투표가 진행되기 직전 당 직원들에 이끌려 나갔다. 해당 영상을 보면 후진타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옆자리에 있던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에 뭔가를 묻기도 한다. 둘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 주석은 후진타오가 서류를 만지려하자 막아서기도 했다.

후진타오는 2012년 10월 당 대회에서 시 주석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퇴임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후진타오 전 동료들은 체포됐고, 그가 이끌었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사실상 와해됐다. 정치적으로 ‘거세된’ 후진타오를 당대회에서 공개적으로 퇴장시킨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당 대회가 몇 주 혹은 몇 달 전 치밀하게 계획된 행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돌연 퇴장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후진타오의 퇴장에 대해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세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첫째, 건강 문제다. 당대회 동안 후진타오는 눈에 띄게 허약한 모습을 보였다. 머리색도 백발에 가까웠다. 과거 중국 지도자들은 대체적으로 머리를 검은 색으로 염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진타오가 권력과 완전히 거리를 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의문이 남는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그를 서둘러 퇴장시켜야만 하는 ‘의학적’ 필요성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건강이 우려됐다면, 비밀과 경계가 규범인 공산당 질서에서 다른 사람들은 몸이 불편한 후 전 주석을 돕지 않고 왜 쳐다만 보고 있었을까.

갑작스럽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진타오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진타오와 밀접한 사람들이 신속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는데 홀로 양성이 나왔다는 게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둘째, 시 주석이 두려워하는 정보의 출현이다. 후진타오가 투표를 거부하거나 시 주석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됐을 가능성이다.

셋째, 계획된 시나리오다. 시 주석이 전임자를 공개적으로 모욕주기 위해 이미 짜여진 각본이라는 의미다. 후진타오를 공개 석상에서 모욕함으로써 오랫동안 당내 세력을 유지해온 은퇴 고위 관료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돌연 퇴장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후진타오 퇴장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FP는 지적했다. 후진타오의 건강 관련 발표가 있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 내부 비밀경찰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에 의해 구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진타오의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였다. 1인 집권 체제와 개인 숭배 경향이 짙은 시 주석의 중국과는 달랐다. 후진타오 재임 시절 부패 관련 보도가 증가했고,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가 늘었다. 시민사회 단체 및 NGO 그룹들이 활동 폭을 넓히기도 했다. 후진타오가 딱히 자유에 헌신했기 때문은 아니다. 당 관계자들이 노선 유지보다 돈 버는 데 관심이 많았던 덕분이다.

2013년 중국에서는 후진타오 시절이 자유주의의 황금시대였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회를 두고 그런 논평이 터무니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10년간 시 주석의 중국은 후진타오 시대가 그래도 자유롭고 개방적이었다는 ‘향수’를 갖게 만들었다. ‘자유주의 황금시대’를 구가하게 만들었던 후진타오가 잔인하게 퇴장당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