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낵호’ 출범 임박…정치 혼란에 경제 전망은 암울

수낵, 영국 최초 非백인·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 타이틀
재정정책 신뢰성 회복 절실
3대 신평사, 일제히 영국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인플레는 40년 만의 최고 수준·파운드 가치 올해 16% 하락

영국이 단 7주 만에 또다시 총리 교체를 앞두고 있다. 재등판을 노렸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리시 수낵(42) 전 재무장관의 총리 등극이 확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정치 혼란에 경제 전망은 한층 암울해지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수낵 전 장관은 당선을 확정 짓게 되면 역사상 최초의 비(非) 백인,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을 얻게 된다. 타이틀은 화려하지만, 그가 처한 정치적·경제적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6년 사이 무려 4명의 총리가 낙마할 정도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 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에 차기 총리가 당면하게 될 핵심 과제로는 경제와 재정 측면의 역풍 해결이 꼽힌다. 우선 바닥에 떨어진 영국의 재정정책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절실하다. 지난달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시작으로 피치와 무디스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일제히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 모두 재정 악화 우려와 정책 예측 불가능성을 하향 조정 배경으로 꼽았다.

무디스의 마리 프랑스와 전략가는 “경기 둔화를 고려할 때 영국은 주요 10개국(G10) 중 구조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내는 국가”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9월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10.1%를 기록해 7월 찍었던 40년 만의 최고치와 같았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4%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올해에만 16% 하락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이날 존슨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후 1.14달러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파운드 가치가 1.05달러로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증시에서도 중·소형주 중심의 FTSE250지수는 올해 27% 가까이 떨어졌다.

채권시장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영국 10년물 국채(길트) 금리는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촉발한 금융시장 혼란으로 한때 4.1%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4%대 밑으로 떨어졌다가 지난 21일 일주일 만에 다시 4%대를 돌파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영국 채권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칼 에머슨 영국 재정연구소 부소장은 “차기 총리의 핵심 초점은 재정적 책임에 있어야 한다”면서 “(시장은) 중기적으로 정부 부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실물 경제 압박도 문제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2.6% 떨어져 2016년 7월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민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 BBC가 이달 초 여론조사업체 사만타콤레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생계비 상승이 걱정된다는 답변이 85%에 달했다. 요금 부담에 전등을 끄고 난방 켜는 것을 미루고 있다는 답변은 90%에 달했다.

그러나 정치가 계속 경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수낵 전 장관은 ‘배신자’라는 낙인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수낵은 재무장관 시절 가장 먼저 사직서를 던져 존슨 전 총리의 사임을 촉발한 장본인이어서 집권 보수당 내에서 그를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노동당에 지지율이 크게 밀리는 것도 정책 집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은 56%, 보수당은 37%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