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왜 겨울을 기다리나

입력 2022-10-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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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동한 군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러시아 남성들이 모여 있다. 카잔(러시아)/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시설을 파괴하며 추가 후퇴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목표가 겨울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러시아는 겨울 전투에서 승기를 잡았다. 1812년 6월 나폴레옹 프랑스 황제는 러시아 제국을 침략했다가 완패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이 정복 실패의 배경이 됐다. 1942년 8월 소련 스탈린그라드 일대에서 벌어진 독일군 포함 동맹군과 소련군 간의 전투도 혹독한 겨울을 이기지 못한 독일군이 소련에 항복하면서 끝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 겨울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남부 지역 탈환 속도가 겨울에 주춤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간 연대가 겨울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흐트러질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토마스 그라함은 “러시아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유럽이 분열되고,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푸틴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달 발동한 군동원령도 겨울을 앞두고 전열을 빠르게 가다듬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예비군 30만 명을 확보하기 위해 부분 동원령을 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22만2000명의 징집을 완료했고, 이달 말까지 나머지 동원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동원령을 통해 병력을 보충하면서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을 붕괴시켰다.

그라함은 “겨울이 오기 전 러시아 군 병력을 가능한 빨리 안정화시키려는 의도”라며 “봄이 되면 전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도 러시아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전쟁을 내년까지 끌고 가기 위해 동원령을 사용할 것”이라며 “서방이 지쳐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 계엄령을 내린 것도 수년간 지속될 갈등을 대비한 포석이란 평가다. 러시아 정치학연구소(IPS) 소장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러시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방 제재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제 관계를 다른 무역 파트너로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겨울을 기다리면서 내부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매체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관련 시위를 집중 보도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러시아를 부각시키고 있다. 마르코프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후퇴로 인한 자국 내 동요를 개의치 않지만 사기진작을 위한 선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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