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달러·엔 환율, 32년 만에 150엔 돌파…“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입력 2022-10-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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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 격차 확대, 엔화 매도세 부추겨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14년래 최고치 소식이 ‘도화선’
일본은행·정부, 외환시장 추가 개입 가능성 커져

▲20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 트레이딩업체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엔 환율이 150엔을 넘은 장면이 표시돼 있다. 도쿄(일본)/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엔화 가치 추락에 바닥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극명하게 엇갈린 끝에 달러·엔 환율이 결국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도 넘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쿄외환시장에서 이날 오후 달러·엔 환율은 장중 전일 대비 최대 0.2% 상승한 150.08엔까지 올랐다. 엔화 환율이 150엔을 돌파한 것은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전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4.136%까지 올라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이날 엔화 매도세를 한층 부채질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확대에 저금리의 엔화를 매도해 고금리의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일본은행(BOJ)과 정부는 지난달 22일 달러·엔 환율이 145엔을 돌파하자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나 이후로도 엔화 가치의 수직 추락이 계속돼 결국 ‘마지노선’인 150엔 대마저 무너지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당분간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며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엔저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려 한다. 이에 엔저 바닥이 보이기 어려운 전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엔저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수석 외환 전략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속과 견실한 고용시장 환경에 엔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앤드컴퍼니의 윈 씬 글로벌 환율 전략 대표는 “BOJ가 며칠 내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특정 수준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환율이 극단적으로 움직일 경우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엔화 환율 150엔은 일본에서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간주된다”며 “이 선이 깨진 것은 현지에서 추가 개입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의회에서 “최근 급속하게 일방적인 엔화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투기에 의해 뒷받침되는 이런 과도한 움직임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긴박한 자세로 계속 주시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가파른 엔저는 일본 경제에 이미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2022 회계연도 상반기(4~9월) 무역수지 적자가 11조74억 엔(약 105조 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1979년 이후 사상 최대 적자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엔저마저 심화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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