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드려요”…속절없는 전셋값 하락에 ‘역월세난’ 분위기 번져

입력 2022-10-18 15:14수정 2022-10-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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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뿐만 아니라 전셋값도 크게 떨어지면서 ‘역전세난’에 이어 ‘역월세난’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집주인이 월세나 관리비 등을 지급하는 형태다. 이처럼 세입자 우위시장이 계속되면서 역월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대형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역월세와 관련한 게시글들이 등장하고 있다. 역월세란 전셋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모두 돌려주지 못할 때 차액을 원세로 갚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집주인과 세입자 간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달 만기를 둔 전세 세입자 A씨는 최근 집주인이 재계약을 해달라 부탁했다. 현재 해당 아파트 전세 시세가 2억 이상 떨어져 다른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A씨는 다른 전셋집을 알아볼지, 집주인에게 역월세를 달라고 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

역월세와 비슷하게 매달 관리비를 지원해주겠다는 조건을 건 매물들도 나오고 있다. 경기 용인시 ‘월드메르디앙’ 전용면적 147㎡형은 전세 보증금 5억7000만 원에 2년간 매월 관리비 3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이 나왔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 전세 호가가 7억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1억3000만 원 낮은 급매에 관리비까지 추가로 주는 것이다.

이 매물을 가지고 있는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너무 안 나가고 있고, 보증금도 더 낮출 수 없어 집주인이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관리비를 보조하는 조건으로 내달라고 했다”며 “전셋값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특이한 케이스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집주인들이 오히려 세입자 모시기에 나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값은 전달 대비 0.78% 하락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 하락폭이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올해 1월에서 2월 0.04% 하락 전환한 뒤 8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역시 하락세가 짙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1월 0.04% 하락한 이래 지난달(–1.03%)까지 9개월 연속 떨어졌다.

세입자 우위 시장도 지속하고 있다. 이달 둘째 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6.7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0월 첫째 주(86.1)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치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전세물건이 많은 공급우위, 200에 가까우면 수요우위 시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세입자의 입지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역전세 우려가 커진 지역과 단지들에서 인센티브를 주고서라도 세입자를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파트 입주가 많거나 서울 외곽지역 등 주거 선호도가 낮은 지역들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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