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트러스 총리 지른 불 끄기 안간힘…국채 매입 확대에도 시장 불안 여전

입력 2022-10-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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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까지 국채 매입 규모 종전보다 두 배 늘리기로
30년물 영국 국채 금리 4.38%→4.68%로 급등
물가지수연동국채도 매입 대상 포함

▲사진출처 AP뉴시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리즈 트러스 총리가 시장에 안긴 충격파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BOE는 650억 파운드(약 103조 원) 규모의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오는 14일 예정대로 종료하되, 이번 주 남은 기간 하루 매입 한도를 최대 100억 파운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영란은행이 처음 긴급 시장 개입 발표 당시 설정한 일일 한도(50억 달러)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말 이후에도 추가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OE는 이번 추가 조치와 별개로 시장 불안을 초래한 연기금 파산 우려 원인이 됐던 부채연계투자(LDI) 펀드의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한시적 담보 확장 레포기구(TECRF)’와 ‘인덱스롱텀레포(ILTR)’도 실시하기로 했다.

필사의 노력은 통하지 않았다. 3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7일 4.38%에서 10일 4.68%로 급등했다. BOE가 추가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투자자들이 채권을 매도하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OE의 추가 긴급조치가 역효과를 냈다고 진단했고, FT는 BOE 조치는 투자자들에게 긴급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끝나면 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채권시장의 패닉은 트러스 신임 정권이 지난달 23일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국채 시장이 요동치자 BOE는 지난달 28일 장기 국채를 일일 최대 50억 파운드 매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첫 개입은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BOE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실제 국채를 매입한 규모가 훨씬 작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채 금리는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피터 샤프릭 RBC캐피털마켓 글로벌 거시전략가는 “BOE가 실질적으로는 하루에 8억 파운드 정도 국채를 매입했다”며 “4~5일 더 사들인다 해서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BOE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더 적극적으로 국채를 매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대규모로 국채를 매입하면 그만큼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푸는 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기금이 그들이 보유한 국채를 BOE에 매각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채권 안정화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거론됐다. BOE 집계에 따르면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연기금이 매각 의사를 밝힌 채권 규모는 130억 파운드에 그쳤다. 앤토니 보벳 ING 수석 채권 전략가는 “연기금은 나중에 해당 익스포저를 그대로 복구해야 할 수 있어서 채권 매각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BOE는 11일 매입 확대 계획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국채 매입 대상에 물가지수연동국채도 포함했다. 100억 파운드인 전체 상한선을 유지하지만, 14일까지 일반 국채를 하루 최대 50억 파운드, 물가지수연동국채를 50억 파운드 각각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최근 몇 년간 연기금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던 LDI다. LDI는 부채에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기법인데 국채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면 연기금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당하고,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게 된다.

업계에서는 LDI 펀드의 담보를 보강하는데 1000억~1500억 파운드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금 컨설팅업체 XPS펜션그룹의 벤 골드 투자책임자는 “아마 절반 정도 보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14일 이전에 이를 마무리하려면 아직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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