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항공업계

입력 2022-10-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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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3분기에만 3000억 환손실 예상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과 LCC 항공사 여객기들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치솟는 원ㆍ달러 환율 탓에 항공 업계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되는 한편, 국제선 정상화를 기회로 회복세를 노렸으나 뜻하지 않는 환차손에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국내 모든 항공사가 치솟는 원ㆍ달러 환율에 환차손을 겪고 있다.

먼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으면서 3분기에만 3000억 원 이상의 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올 2분기 자본금과 자본 총계는 각각 3720억, 2046억 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에만 원ㆍ달러 환율이 1298원에서 1439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3분기 환 손실이 무려 3585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환 손실이 자본 총계(2046억 원)를 초과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환율 전망이다. 향후 달러당 1500원까지 찍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다른 항공사들도 환차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부산 역시 올 상반기 기준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도 3분기 대규모 추가 환 손실로 인해 완전 자본잠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부분 항공사는 매달 리스료를 지급하고 항공기를 대여해 사용한다. 이런 리스 부채 규모는 아시아나항공만 4조 원대에 달하고, 다른 항공사들도 3000억~5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항공사 노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에서는 가장 큰 원인이 환율이지만, 회사 경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A 항공사 노조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운용리스로 인해 빠져나가는 돈이다. 경영 전략을 금융리스가 아닌 운용리스로 하고 있는데, 운용리스 자체가 구멍 뚫린 것처럼 비용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며 "원화 베이스가 아닌 달러로 하고 있고, 환율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부담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운용리스 방향으로 경영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면서 "회사에서도 꾸준히 비용이 발생하는 데 바로잡을 수 있는 특별한 대안도 없고, 또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없으니 직원들이 무급 휴직을 계속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만 봐도 대부분 항공기를 운용리스 방식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82대의 항공기 중 운용리스 방식으로 도입한 항공기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대한항공의 운용리스 비중은 10%대다.

운용리스는 초기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매달 리스료를 주면서 항공기를 운항하는 리스 방식이다. 항공기를 인수하는 게 아니어서 자산 또는 부채로 잡히지 않고 리스료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금융리스는 할부 이용 방식이다. 항공기를 인수해 들여와서 할부금을 낸다. 자산으로 잡혀 부채가 많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지만, 항공기를 인수해오기 때문에 할부금은 운용 리스할 때의 리스료보다 비교적 저렴하다.

한 항공사 내부관계자는 "회사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겠지만, 리스로 장기계약이 돼 있는데, 그만큼의 수익을 채울 수 있는 수요가 늘어나지 않다 보니 비용 부담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 때 대부분 항공사가 상황이 안 좋아서 항공기를 반납해야 하는데, 리스로 계약돼 있다 보니 수요는 없고, 고정 비용만 계속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이 항공사들이 모두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이젠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정부도 대안이 없고, 그저 손 놓고 바라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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