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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서는 의무인 육아휴직ㆍ한국선 인사 불익"...북유럽서 살아보니

입력 2022-10-06 05:00수정 2022-10-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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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스웨덴 육아' 김범배ㆍ박노을 부부 인터뷰

-“일하는 엄마 당연...아빠의 육아 참여 필수”
-육아에 대한 양성평등한 사회 분위기가 ‘육아천국’ 만들어
-대학교수도 학교에 아이 데려 오기도...사회의 공감과 배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김범배·박노을씨 가족. 사진 가운데는 아들 김시원 군(왼쪽)과 딸 김단 양. 스톡홀름(스웨덴)=문선영 기자 (이투데이)

#9월 9일 오전 7시. 시원이네 가족의 아침은 분주하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7살 시원이는 등교 시간은 아랑곳없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바쁘다. 5살 동생 단이도 등원 준비보다는 인형놀이에 관심이 더 많다.

엄마, 아빠만 바쁘다. 아빠는 시원이와 단이의 머리를 빗기고 옷을 입힌다. 아빠가 아이들을 챙기는 사이 엄마는 아이들 간식과 본인의 대학원 수업을 준비한다. 모두가 준비를 마치면 엄마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오늘 등교·원 담당은 엄마다. 회사 일로 전날 밤을 샜다는 아빠는 자연스럽게 오후 하교·하원 담당이 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김범배(40살), 박노을(40살)씨 부부. 이들 부부는 첫째 시원이가 생후 5개월이 된 무렵 한국을 떠나 이곳으로 왔다.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다니던 이들 부부가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건 남편이 스웨덴 기업으로 이직을 결정하면서다. 부루마블에서나 봤던 낯선 나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특히 노을 씨는 한국에서 쌓은 경력을 포기하기가 아쉬웠다. 그래서 이들의 선택은 ‘따로 또 같이’였다. 노을 씨가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은 스웨덴에서 온 가족이 함께 지냈다. 남편이 육아휴직 중일 때는 한국에서 가족이 함께할 수 있었다. 스웨덴에서는 총 480일의 부부 육아휴직이 주어지는데 이 중 90일은 의무적으로 남성이 사용할 수 있다.

한국 역시 남성 육아휴직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출생아 100명당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1.3명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43.4명인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범배 씨는 “한국에서 육아휴직을 쓸 때 동료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인사에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다”며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다 보니 스웨덴에서 육아휴직을 쓸 때도 그 부분이 가장 걱정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회사에 다닐 때 육아휴직을 쓴 남자 동료가 고과를 낮게 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회사는 낮은 고과를 주면서, “1년 내내 일한 사람과 일부만 일한 사람에게 어떻게 고과를 똑같이 주겠냐”고 되물었단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회사는 범배 씨가 육아휴직에 들어간 기간을 포함해 인사평가를 실시했다. 육아휴직 기간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휴직을 하지 않고 계속 일했을 경우를 가정해 그 평가를 인사고과에 반영했다. 한국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첫째, 둘째를 키웠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스웨덴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은 쉽지 않아졌다. 결국 한 쪽을 택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이들 부부의 선택은 당연히 스웨덴이었다. 지난해 완전히 스웨덴으로 터전을 옮긴 노을 씨는 스웨덴에서 새롭게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마케팅 일을 했던 노을 씨는 관련 분야에 대해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스웨덴에서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해도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고 한다. 고학력의 여성이 아이를 키운다고 그 능력을 묵히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이란다. 이런 사회 분위기 탓에 엄마가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아빠의 육아 참여는 필수다. 스웨덴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엄마만의 몫이 아닌 부모 모두의 책임이 된다.

이들 부부는 스웨덴이 ‘육아천국’으로 불리는 것과 관련해, “제도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노을 씨는 “대학원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 교수님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직장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에 공감해주고, 그 상황을 충분히 배려해 준다”고 했다.

범배 씨는 “한국에서는 누군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 생기게 될 업무 공백을 먼저 걱정한다”면서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직원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바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일을 하다가도 자녀가 아프면 엄마든 아빠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개인 휴가가 아닌 ‘돌봄 휴가’를 쓰는데, 돌봄 휴가는 1년에 14일 정도 주어진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데 회사나 동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스웨덴인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이 때문에 갑자기 휴가를 쓰는 것만으로도 회사 생활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 일이 다반사라는 점에서 확연한 문화 차가 느껴진다.

유연한 근무환경도 큰 역할을 한다. 스웨덴에서는 오후 4~5시면 회사 업무가 끝이 난다. 범배 씨의 경우 IT 기업에 다니다 보니 업무적 특성상 야근을 하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나라에서 정한 법정근로시간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이렇다 보니 한국에 있을 때보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다. 스웨덴의 가족친화적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한국과 같은 저녁 회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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