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특별퇴직 요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KEB하나은행이 직원들을 재채용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KEB하나은행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사건 상고심에서 일부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KEB하나은행은 2015년 한국외환은행과 합병하기 전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피크제와 특별퇴직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는 근로자가 특별퇴직을 선택하는 경우, 계약직 별정직원으로 재채용돼 만 58세까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퇴직은행원들은 특별퇴직을 선택했으나 KEB하나은행은 이들을 별정직으로 특별채용하지 않았다. 이에 퇴직은행원들은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별정직 재채용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두 곳에서 각각 진행됐다. 1960년 출생해 2016년에 퇴직한 원고 4명과 1959년 출생해 2015년 퇴직한 원고 79명이 각각 소를 제기했다.
우선, ‘1960년 출생’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KEB하나은행에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재채용 부분은 특별퇴직을 한 근로자에게 별정직 재채용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고 직접적인 재채용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원고 주장을 일부 인용해 “원칙적으로 특별퇴직자를 재채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라며 KEB하나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1959년 출생’ 사건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당사자들 간에 체결된 특별퇴직 합의의 해석상 피고에게는 특별퇴직한 원고들을 재채용할 의무가 발생한다”, 2심은 “특별퇴직자인 원고들을 재채용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두 사건의 특별퇴직 관련 재채용 부분이 공통적으로 취업규칙으로서 효력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해석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은 피고에게 원칙적으로 특별퇴직자를 재채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재채용 신청의 기회 부여만을 특별퇴직조건으로 하는 것에 대해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그와 같은 개별합의가 성립됐다 하더라도 그러한 개별합의는 이 사건 재채용 부분에 반해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합의로서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무효”라고 지적했다.
‘1959년 출생’ 사건에는 ‘1960년 출생’ 사건과 달리 추가적인 쟁점이 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별정직원 재채용 근로계약이 이미 체결됐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특별퇴직에 대한 합의 속에 계약직 별정직원 고용계약 체결에 관한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어 특별퇴직의 합의만으로 계약직 별정직 고용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은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 정한 사항이라면 이 역시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최초로 설시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