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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으로 블루오션 개척할까…희귀질환 치료제 연구하는 ‘제약 터줏대감’

입력 2022-09-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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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꾸준한 노력을 쏟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고아약(Orphan Drug)’이라 불릴 정도로 소외된 영역이었지만, 그만큼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도 하다.

2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GC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등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희귀의약품 개발을 장려하기 시작하면서 희귀질환은 글로벌 빅파마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는 영역으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질환은 7000여 종에 달하지만 승인된 약물이 5%에 불과해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 장악이 가능한 상황이다.

GC녹십자, ‘헌터라제’ 캐시카우 등극 가능성

GC녹십자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헌터증후군은 이두설파제란 효소의 결핍으로 골격 이상과 지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남아 10만~15만 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15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GC녹십자는 세계 최초로 헌터라제를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ICV제형으로 개발, 뇌혈관장벽(BBB·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하기 어려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했다. 헌터라제ICV는 지난해 초 일본에서 허가를 받았다.

2018년 341억 원이던 헌터라제의 매출은 지난해 532억 원으로 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연간 매출은 600억 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에서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면 순식간에 1000억 원대 제품으로 성장 가능할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인구 대비 유병률을 고려하면 3000여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환자 규모(70여 명)의 40배가 넘는다. 특히 중국에서 정식 승인된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헌터라제 뿐이란 점에서 더욱 기대가 크다.

GC녹십자는 미국 미럼 파마슈티컬스와 국내 독점 개발 계약을 통해 도입한 ‘마라릭시뱃’의 국내 품목허가도 진행 중이다. 마라릭시뱃은 간 담도가 감소하고 담즙이 정체되는 소아 희귀유전질환 ‘알라질증후군’ 치료제로, 지난해 9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알라질증후군 유병률은 10만 명 당 1명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약 2500명, 국내에 약 1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수는 적지만 치료비용이 높아, 미럼 파마슈티컬스는 알라질증후군의 미국 시장 규모만 5억 달러(약 70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한미약품, ‘랩스커버리’ 기술로 차별화

▲유럽임상영양대사학회(ESPEN)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포스터 발표 내용들을 살펴보며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왼쪽)과 이 행사에 참가한 한미약품 부스. (사진제공=한미약품)

다수의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리는 핵심 플랫폼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의 FDA 허가 획득으로 랩스커버리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연구·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미약품은 이달 중순 열린 유럽임상영양대사학회에서 GLP-2(glucagon-like peptide 2) 유사체(analog)에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단장증후군 혁신신약 ‘HM15912’의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HM15912S는 GLP-2의 개선된 체내 지속성과 우수한 융모세포 성장촉진 효과를 토대로 세계 최초 월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및 소아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단장증후군은 소장이 짧아 영양소의 소화 흡수 기능이 저하되면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위장을 거치지 않고 영양을 공급하게 되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간부전, 혈전증, 패혈증 등 부작용이 생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10억 달러(1조4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는 소아의 경우 100만 명당 3~4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HM15136(LAPS Glucagon Analog)’은 체내 포도당 합성을 촉진하는 글루카곤의 짧은 반감기와 생체 유사환경에서의 부족한 용해도 및 안전성을 개선한 주 1회 투여 글루카곤 후보물질이다. 현재 임상 2상 단계로, 소아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를 위한 FDA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선천성 고인슐린증은 2만5000~5만 명당 1명 정도로 발병한다. 인슐린의 과다한 분비로 저혈당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저혈당으로 인해 발달 지연, 발작, 혼수상태는 물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에페소마트로핀(LAPS hGH)’은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다. 유럽 임상 2상을 완료했으며, 유럽의약품청(EMA)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종근당, 신경계 희귀질환 CMT·헌팅턴 공략

▲종근당은 2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 ‘Gen2C’ 개소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종근당 김성곤 효종연구소장, 종근당바이오 이정진 대표이사, 가톨릭대학교 조석구 산학협력단장, 종근당 오춘경 부사장, 종근당 김민정 유전자치료제 연구실장 (사진제공=종근당)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강화에 힘쓰고 있는 종근당은 신경계 관련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과 헌팅턴증후군 치료제의 임상 1상을 각각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올해 5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말초신경학회에서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CKD-510’의 비임상 및 유럽 임상 1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비임상 연구에서는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운동기능을 개선하는 기전의 효능이 확인됐으며, 임상 1상에서는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돼 1일 1회 복용 경구용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을 확보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하지 근육이 쇠약해지는 유전성 신경병증이다. 손과 발의 근육 위축과 모양이 변형되고 운동기능과 감각기능 상실로 보행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병이다. 삼성가(家)의 유전질환으로도 알려져 있다.

헌팅턴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504'는 경구 투여가 가능한 저분자화합물로 전임상에서 운동과 인지기능 등 증상을 개선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헌팅턴증후군은 인구 10만 명 당 3~10명에게 발병한다.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근육 간 조정능력을 상실하고 인지능력 저하와 정신적 문제가 동반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30~40세 정도에 발병해 15~25년 내 신체적·정신적으로 심각한 무능력 상태가 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종근당은 지난 26일 서울성모병원 옴니버스파크에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 ‘Gen2C’를 개소하면서 희귀질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충족 수요가 높고 기존의 방법으로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타깃의 희귀·난치성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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