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점령지, 합병투표 가결...푸틴 핵위협 긴장 최고조

입력 2022-09-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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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지 네 곳 투표 결과 90%대 압도적 찬성
30일 푸틴 공식 연설, 내달 4일 의회 법제화 전망
합병 후 공격, 러시아에 대한 공격 간주할 듯
푸틴·외무장관 핵발언 수위 최근 높아져
러, 해저 가스관 ‘사보타주’ 의혹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심페로폴에서 27일(현지시간) 선거관리위원들이 러시아와의 합병투표 용지를 투표함에서 꺼내고 있다. 심페로폴/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자국에 편입시키기 위해 러시아가 실시한 합병투표가 압도적인 찬성 속에 가결됐다. 러시아가 점령지를 법적으로 자국 영토로 인정하게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점령지 행정부들은 투표를 한 네 곳 모두 편입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찬성률은 각각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99%,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 98%, 헤르손 87%, 자포리자 93%로 집계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투표 결과 발표 후 “국내법과 국제법 관점에서 지역 상황은 긴박하게 바뀔 것”이라며 “해당 지역들을 보호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투표 이후 공식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AP는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30일 의회에서 합병을 공식 선언하고 의회가 내달 4일 법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결 소식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점령지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규탄하고 합병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는 한편 동원령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는 러시아인들을 받아 주기로 했다.

러시아는 점령지 편입 후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공격은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정부를 대변하는 매체 RT의 마르가리타 시모니안 편집장은 지난주 텔레그램을 통해 “(편입된) 러시아 영토에서 공격이 벌어지면 이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의 전면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점령지 편입 후 러시아가 핵무기 카드를 꺼낼지가 주목된다. 전쟁 초반이던 3월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 PBS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린 국가 존립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은 국가 존립과 관련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젠 러시아가 점령지에서의 위험 요소를 국가 존립 위협으로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군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서방은 러시아가 핵으로 협박한다고 비난하는데, 이런 서방에 대답해 줄 무기가 많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같은 날 건국 1160주년 기념 연설에선 “우린 서방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결코 주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존립 위협에 처했음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주 유엔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핵무기 사용 관련 질문에 “러시아의 모든 법률과 전략은 러시아 영토 전체에 적용된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러시아의 돌발 행동이 잇따르고 있어 긴장을 고조시킨다. 러시아에서 발트해 바다 밑을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 1, 2 가스관의 3지점에서 최근 가스 누출이 보고됐다. 스웨덴 당국은 “가스가 누출되기 직전 수중 폭발을 감지했다”고 밝혀 러시아의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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