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바퀴 돌고 온 이재용… 'ARM' 인수 구상 끝냈나

입력 2022-09-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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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 출장 마치고 21일 귀국…원천기술 기업 M&A 가능성 커
뉴삼성 가는 핵심 통로 반도체… "잦은 해외 출장 결과물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6월 18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투데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주일 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21일 귀국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출장 목적인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참석보다 ‘뉴삼성’ 완성을 위한 대형 인수합병(M&A)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 하루전인 이달 8일 출국해 멕시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파나마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대통령을 각각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현지 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소통을 했다.

이 부회장은 캐나다를 거쳐 16일 영국으로 건너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의 면담 등 부산엑스포 유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민간 외교를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 영향으로 일부 변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영국 방문은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영국 런던 인근의 케임브리지에는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대형 M&A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의 본사가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의 핵심 기술들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자산(IP) 1위 기업이다. ARM 설계 기반의 AP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며, 대부분의 시스템반도체 설계도 ARM의 IP를 이용한다.

ARM은 글로벌 M&A 시장의 ‘대어’다.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ARM을 최대 400억 달러(약 50조 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각국 규제심사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인텔, 퀄컴, SK하이닉스 등이 ARM 지분 인수 의사를 밝혔다. 단일 기업의 ARM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컨소시엄이 주목받고 있다.

컨소시엄 형태로 ARM 인수전이 펼쳐진다면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와 125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진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방한한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협력 방안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을 두고 ARM 인수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반도체는 이 부회장이 구상 중인 뉴삼성 체제의 버팀목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12일간의 유럽 출장 일정을 반도체 중심으로 소화했다. 귀국길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만큼 ‘초격차’를 공고히 다질 원천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M&A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ARM 인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 이탈 우려 등으로 간단하지만은 않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사이자 ARM의 IP를 토대로 설계를 변형하는 다른 팹리스 입장에서는 기밀 누출에 대한 부담이 클 수 있다.

반독점 규제와 공동 인수가 어려울 경우 업계에서 거론되는 다른 시나리오는 ARM 기업공개(IPO) 이후 지분 인수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M&A가 무산된 이후 내년 3월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ARM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에 매력적인 M&A 대상이지만 절차나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부담이나 위험요소가 있다”며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ARM 측과 접촉이 있었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뉴삼성으로 가는 핵심 통로 중 하나가 반도체 분야의 M&A인 만큼 최근 왕성해진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에 대한 결과물이 조만간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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