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모자에 핸드백까지”…김건희 여사 복장으로 본 英 왕실 예절

입력 2022-09-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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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각국 정상들과 유명인들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참석한 장례식의 모습은 우리나라 일반적인 장례식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영국 왕족의 장례식에서만 볼 수 있는 조문 의상 규율 때문인데,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복장이 우리 국민이 보기엔 이색적일 수밖에 없다.

여자는 모자…왕실 조문의 기본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 망사가 달린 모자를 착용해 시선을 끌었다. 평소 패션 감각이 남다르던 김 여사였지만, 돋보이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우리와 영국 왕실의 조문 예절 중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여자는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 복장을 보면 알 수 있듯 남자의 경우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검은색 넥타이 등은 국내와 다른 바 없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 반드시 모자를 착용하는 게 영국 왕실 조문의 예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모자를 써도 되지만, 일반적인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엄격한 장례식 복장 규정에 격식을 차린 의복을 급하게 마련하기도 한다. 영국 흉기 범죄 반대 운동가인 나탈리 케이로스는 이번 장례식 초청에 “영광스러운 기회에 너무 기뻤지만, 입고 갈 검은색 정장과 모자가 없었다”며 “급하게 아마존을 통해 산 모자를 쓰고 장례식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어린 여자아이는 모자를 쓰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동양에서는 조문 시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것이 예의지만, 영국 왕실에선 ‘애도’의 의미가 담긴 진주 장신구를 착용한다. 이 때문에 진주는 전통적으로 애도 기간 왕실 구성원의 복장 규정의 일부를 형성했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 브로치에 진주를 자주 사용한다.

▲영국 왕실 여성들은 공식 행사에서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규율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생전 밝은 색 의상을 주로 입었다고 한다.(AP뉴시스)

여왕의 의상, 밝고 화려해야

왕족의 장례식에서 의상에 정해진 격식이 있는 만큼, 왕실의 평소 의상 규율도 엄격하다. 대표적으로 영국 왕실 여성은 공개석상에 항상 모자를 써야 한다. 왕실 여성들이 모여 찍은 사진에서 모두 모자를 쓴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이유다. 실내 행사에선 오후 6시 이후 모자를 벗고, 대신 작은 왕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왕관은 기혼 여성만이 쓸 수 있다.

왕족은 모피 옷을 입을 수 없는데, 12세기경 왕 에드워드 3세가 세운 규율이다. 하지만 여왕과 공주들에 의해 유독 자주 깨진 적이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 수십 년간 모피가 사용된 의상을 즐겨 착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운 날씨에는 주로 어깨에 모피로 만들어진 숄이나 스카프를 두르곤 했다.

그러던 여왕도 2019년께부터 인조 모피 옷을 입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25년간 가까이 한 왕실 공식 드레서 엔젤 켈리는 자신의 회고록 ‘동전의 뒷면 : 여왕, 드레서, 그리고 옷장’에서 “만일 여왕 폐하가 특히 추운 날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면 2019년부터는 여왕의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인조모피가 사용될 것이다”고 밝혔다. 모피 옷을 금지하는 규율을 지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밖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생전 의상의 색은 매우 화려하고 밝았다고 한다. 여왕의 옷은 주로 밝은 컬러이거나, 형광색을 띄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많은 인파 속에서 쉽게 눈에 띄길 원해서였다.

영국 왕족은 국외 여행 시 검은 옷을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왕족의 친척, 혹은 해외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왕세자 윌리엄의 부인이며 캐서린 엘리자베스 미들턴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 망이 달린 모자와 진주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AP뉴시스)

영국 왕족, 엄격한 규율 속 생활

왕족을 인정하는 국가의 대표적인 곳이 영국이며, 그만큼 의상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왕실 규율은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왕실에선 여왕의 행동에 맞춰야 한다. 이는 영국 왕실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여왕의 권위를 보여주는 규율이다.

우선 공식 석상 등에서 여왕이 일어설 땐 함께 일어서야 한다. 또 여왕이 식사를 마친 뒤엔 식사할 수 없다. 이는 과거 빅토리아 여왕(1819~1901년)이 만든 전통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음식을 먹는 속도가 매우 빨랐는데, 단 30분 만에 일곱 가지 메뉴로 구성된 코스 요리를 해치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하객 입장에서 그 식사 속도를 맞추기 어려웠고, 일부 기록에 따르면 ‘빅토리아 여왕과의 식사는 마치 지옥 같았다’는 증언도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70년 동안 핸드백을 항상 들고 다녔다. 일종의 메시지 도구였다. 대화 중 누군가 와서 대화를 끊기를 바랄 때 들고 있던 핸드백을 다른 쪽 팔에 옮겨 들었다고 한다. 급하게 자리를 비우고 싶다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또 남은 식사를 5분 안팎으로 마무리하고 싶을 때는 핸드백을 식탁 위에 불쑥 놓았다.

서양권에선 공개된 장소에서 연인끼리의 스킨십을 해도 거부감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국 왕족에게는 예외다. 공개 석상은 물론이고 사적인 외출 시에도 서로의 신체에 손을 댈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부부간에 손도 맞잡을 수 없다. 사소한 외부활동도 이들에게는 공무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조지 왕자, 샬럿 공주 같은 어린아이들과 손을 잡는 것만 허용될 뿐이다. 이 밖에도 정치적 견해와 모노폴리 게임, 셀피, 선물 거절, 별명 부르기 등이 금지돼 있다.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내빈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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