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찾아 월남, 평생 물방울 그렸다…김창열 화백 아들 “6.25 충격 컸더라”

입력 2022-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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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스틸컷 (영화사 진진)
자유를 찾아 월남한 뒤 6.25를 경험하며 큰 충격을 받은 한 남자는 1960년대 미국과 프랑스로 거처를 옮기며 평생 침묵 속에서 물방울을 그렸다. 김창열 화백(1929~2021)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본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가 국내 관객 앞에 선다.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공산당이 싫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는 이유로 핍박당하다가 10대 시절 월남한다. 6.25전쟁을 경험한 뒤인 1966년, 서울대학교 은사 김환기의 제안으로 미국 뉴욕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3년이 지난 시점 백남준의 권유로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다.

1971년부터 본격적으로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한 김 화백은 50여 년 동안 줄곧 캔버스 위에 다양한 형태의 물방울을 그리며 유럽과 국내에서 이름을 알렸다.

2010년 10월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김 화백 개인전에 BTS 리더 RM이 방문해 자신의 집에 소장한 물방울 그림을 공개한 일화가 있다. 현재 미국 보스턴현대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김 화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포스터 (영화사 진진)

다만 김 화백은 물방울에 얽힌 의미를 분명하게 정의하지는 않았다. 2016년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개관 행사에 참석했던 그는 언론에 ‘물방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김 화백을 줄곧 지켜봐 온 아들 김오안 감독은 아버지가 드러내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경험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내고, 내면에 쌓인 감정의 원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북한에서의 고초, 월남 이후 참전한 6.25 전쟁의 참상 등이 지독한 아픔으로 가슴에 쌓여있다고 봤다.

19일 오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열린 언론시사회 참석한 김오안 감독은 “2015년 당시 나는 파리에 살고 있었고 아버지는 서울에 계셨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의) 질문을 통해서 아버지와 시간 보내고 싶었다”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스틸컷 (영화사 진진)

또 “(아버지의 고향인) 맹산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에게 그만큼 중요한 곳이었다는 건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알았다. 6.25 전쟁으로 그만큼 충격을 받았다는 것도 처음 깨달았다”고 기억했다.

김 감독은 달마대사, 노자 등 동양의 철학자를 언급하며 김 화백의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하고 그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영화는 김 화백이 작고하기 2년 전인 2019년 완성된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브리짓 부이요 공동 연출자는 “더 이상 김 화백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의 과거를 발견하는 아들의 작업 덕분에 김 화백이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스틸컷 (영화사 진진)

김 감독은 아버지에게서 늘상 ‘침묵’을 떠올렸다고 했지만, 막상 영화를 본 어머니는 “남편이 그렇게까지 진지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전하면서 김 화백이 복합적이면서도 모순되는 성격을 함께 지닌 인물임을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철학적인 도인 같은 분이면서도 축구나 복싱을 좋아하셨어요. 젊은 시절에는 작가로서 욕심이 많으셨죠. 나이가 들면서 그런 면이 자연스럽게 숨겨졌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분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얼마나 복합성을 지닌 한 ‘사람’인지 발견하게 되길 바랍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특별상 신진감독상, 제61회 크라쿠프영화제 국제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실버혼상, 제15회 코르시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젊은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28일 개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7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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