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글로벌 경기침체...美 성장률 전망 하향·유럽 덮친 트리플 악재

입력 2022-09-18 14:51수정 2022-09-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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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 미국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1.1%로 하향
전문가 70%, 내년 초 경기침체 공식 선언 전망
유럽, 자본 유출 가속...채권·통화·증시 동시에 무너져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상점에 진열된 상품에 가격표가 표시돼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 깊어간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 유럽은 채권·통화·증시가 동시에 무너지는 트리플 악재에 빠졌다.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날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1.5%에서 1.1%로 0.4%포인트 낮췄다. GDP 전망치 하향 배경으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0.5%포인트 인상에서 상향 조정했다. 11월과 12월에도 각각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8월 경제지표 충격 여파로 불과 2주 새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4∼4.25%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연준이 지난 6월 공개한 점도표에서 제시한 연말 전망치(3.4%)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팍팍한 시장 상황에 높은 금리까지 겹치면서 내년 성장률과 고용 전망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시카고 부스 비즈니스 스쿨이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는 내년 초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경기침체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언 시점이 올해 4분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 비중도 지난 6월 조사 때보다 6배 늘었다. 응답자 다수는 경기침체가 2~3개 분기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실업률이 5~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3.7% 수준이다.

유럽 상황도 악화일로다. 채권·통화·증시가 동시에 무너지면서 자본 유출에 가속이 붙었다. 독일 10년물 국채 가격은 7월 말 이후 약 8% 하락했다. 8월 국채 수익률 상승 폭은 0.7%로 1990년 2월 이후 약 32년 만에 가장 컸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탈리아 국채도 매도세가 급증하면서 수익률이 3개월 만에 4%선까지 높아졌다. 재정이 취약한 남유럽은 물론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까지 세계 금리인상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달러 강세로 유로 가치는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의 1대 1 등가를 의미하는 ‘패리티’ 붕괴는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8월 15일부터 유로당 1달러를 밑돈 유로화 가치는 3주 넘게 지속되면서 7월 말 대비 2% 넘게 하락했다.

유럽 스톡스600 지수도 5%나 빠졌다. 독일 경제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경기에 민감한 소비 관련주가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유럽 경제 전망이 급속히 악화하는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제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 여파로 유럽 물가는 미국을 웃돌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하는 19개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9.1%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높은 물가는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낳는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며 7월 빅스텝에 이어 지난 8일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연초에 0%였던 유로존 기준금리는 현재 1.25%가 됐다. ECB는 물가가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내년까지 유로존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진 유럽 시장에서 일제히 자본을 빼내면서 유럽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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