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생기업 자산으로 수익배분…바이오빌 인수 컨소시엄 무자본 M&A 의혹

입력 2022-09-14 17:12수정 2022-09-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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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기업재산 담보로 제공'…바이오빌 인수 컨소시엄 이면계약 나와
상장 폐지된 회사를 사는 이례적 M&A…회생 종결 후 빈껍데기 지적

합성수지용 착색제 제조업체 바이오빌이 법원 회생 과정에서 ‘무자본 인수‧합병(M&A)’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자본 M&A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회생 종결 결정을 앞둔 법원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대로 회생절차를 끝낼 경우 법원이 불법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를 용인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모습. (뉴시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바이오빌은 경영권 분쟁과 재무악화로 2020년 7월께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이후 세 차례 회생절차가 진행됐고 지난해 12월 서울회생법원은 ‘인가 전 M&A’를 내용으로 하는 세 번째 회생계획을 인가했다.

바이오빌을 인수한 컨소시엄 투자자는 A·B·C·D사 등이 있다. 컨소시엄 총 투자금액은 411억7400만 원에 이른다. 인수자 측은 13일자로 회생법원에 회생절차 종결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영권 확보 뒤 회생기업 자산 빼먹는 ‘먹튀’ 수법”

문제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전인 작년 9~10월 A사와 D사 사이에 ‘이면합의서’가 존재한다는 데 있다. 이면합의서 내용을 보면 바이오빌에 대한 회생종결 시 바이오빌이 발행한 사채 중 ‘무담보 사채를 담보부 사채로 변경한다’는 결의가 가결되면, A는 바이오빌 소유 비업무용 자산 바이오써포트 발행 기명식 보통주 65만6584주를 사채권소유자에게 질권 제공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바이오써포트 전체 발행주식의 31.3%에 달한다.

제3차 회생절차에서 컨소시엄 대표자 A사는 바이오빌 발행 보통주식 34억 원 어치를 사들였다. B사도 바이오빌 발행 보통주 34억 원을 매입했다. C사와 D사는 각각 바이오빌 발행 전환사채 181억5000만 원과 31억 원 어치를 샀다. 28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빼주고 나면 중소기업 바이오빌은 빈 껍데기가 되는 셈이다.

바이오빌 회생채권자(종전 담보권자)는 “바이오빌 인수 컨소시엄은 회생계획에서 D사가 무보증 무담보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것으로 정했다”면서 “회생절차 종결이 결정되면 그 즉시 D사는 담보부 전환사채를 취득하는데 당초 회생계획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의한 회생 종료 뒤 투자자들이 바이오빌을 정상 경영하는 게 아니라 회생절차 종결 직후 바이오빌 자산과 이익을 ‘나눠 먹기’함으로써 인수대금을 회수하려는 인수구조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기업을 살리는 회생제도 취지에 어긋난다.

▲바이오빌 회사 로고. (바이오빌 홈페이지 캡쳐)

‘차입매수’ M&A 배임죄 성립여지…검찰 수사까지 앞둬

특히 LBO 방식의 기업 M&A는 무자본 M&A를 허용하는 일이어서 국내에선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남에게 돈을 꿔 회사를 산 후 산 기업의 돈(미래에 벌어들일 돈을 포함)을 이용해서 남의 돈을 갚는 방법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인수 회사의 담보를 근거로 M&A할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 대법원은 2020년 10월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LBO 방식을 따른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에 대해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바이오빌 인수 컨소시엄은 올해 7월 바이오빌 채권자로부터 소송사기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된 상태다. 바이오빌 인수 컨소시엄 측은 “특경법상 횡령‧배임은 형사책임 영역”이라며 “민사재판인 회생절차에서 논할 쟁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도산법 전문 변호사는 “통상적인 M&A에서도 LBO 방식을 금지하는데 하물며 상장 폐지된 회사를 산다는 이례적인 M&A에서 무자본 M&A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민사책임과 형사책임 간 분리란 논리는 맞지만, 회생종결 결정을 내린 재판부가 횡령‧배임 범죄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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