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자지수(CPI)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외국계 자금의 국내 시장 탈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에 이어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까지 나오면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들어 1조2400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인은 지난 6월 6조1721억 원을 순매도한 후 7월(1조8108억 원), 8월(3조9836억 원) 두달 간 순매수 기조를 이어왔으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는 9월 들어 분위기가 뒤집힌 모습이다.
한국과 미국간 금리 역전 현상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면서 외국계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3원 오른 1390.9원을 기록, 1390원대를 돌파하면서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말에는 1450원까지 오를 거란 예상도 나온다.
한미간 금리차는 이달부터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미국의 물가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미 연준(Fed)의 자이언트 스텝 3연속 단행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0%를 상회한 수준이다.
한번에 1%포인트를 인상하는 ‘울트라스텝’ 가능성까지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91%에서 62%로 낮추는 대신 1%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0%에서 38%로 높였다.
미국의 금리인상 수준에 따라 한국과 미국간 금리 격차는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현재 한국과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은 격차가 없는 상태다. 연준이 9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미국(3.00∼3.25%) 기준금리 상단은 한국 대비 0.75%포인트 높아진다. 울트라스텝 시엔 1%까지 격차가 커진다.
한은은 급격한 변화 대신 대신 점진적 금리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만에 하락했고, 9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도 예상 범위내였기 때문이다. 다만 울트라스텝 시에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자금 유출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 외에 국가 펀더멘털, 글로벌 금융환경 불확실성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 연준의 긴축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거란 전망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한은은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이 외국계 자금 유출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입장이나 미 연준이 긴축에 더욱 고삐를 죌 경우 자금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미 연준의 긴축속도 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대, 중국 경기부진 심화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강화되면 자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증시 외에 펀드 자금의 유출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경기 침체기와 비교해 유출 정도가 제한된 만큼 추가 유출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 이후 글로벌 주식펀드는 잔액 대비 0.2% 유입, 채권은 -2.2% 유출됐다. 과거 침체기별 최대 유출폭을 보면 주식펀드의 경우 2001년과 2008년 -5%, 채권펀드는 2008년 -10%, 2020년 -5%를 기록한 바 있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당분간 주요국의 추가 긴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에너지 위기 등 글로벌 경기 하방 압력이 점증되고 있는 점은 모두 펀드자금 유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펀드 자금 유출세가 현재까지는 제한적이었으며 유출 여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부진 심화 시 과거 침체기와 같은 급격한 자금 유출이 나타날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