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초 학부모 중심으로 아이들 안전·학습권 침해 문제 제기
서울시 “학부모와 주민협의체 대상으로 지속적 소통할 것”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전국 최초 복지문화복합시설 '서울 어울림플라자'가 7년 만에 첫 삽을 떴다. 다만, 공사 현장 바로 옆 백석초등학교가 있고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안전 문제, 학습권 침해 등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인근 주민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꾸준히 소통해 접점을 찾아가겠다는 방침이다.
14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어울림플라자가 들어설 강서구 등촌1동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는 가림막을 설치하는 사전작업이 끝난 후 터파기·흙막이 등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번 공사는 총 722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며, 2024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지상 5층·지하 4층, 연면적 2만3758㎡ 규모로 조성된다. 특히, 장애인 특화공간으로 연수시설과 장애인치과병원이 들어서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도서관, 공연장, 수영장 등이 건립된다.
서울 강서구는 25개 자치구 중 장애인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구내 등록 장애인 수는 2만 8000여명에 이른다. 2017년에는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건립을 둘러싸고 발달 장애아 학부모들이 지역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던 모습이 공개되는 등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장애인 수가 두 번째로 많은 노원구는 지난달 30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서울 어울림체육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찾은 백석초 인근은 등교하는 아이들로 붐볐다. 백석초로 갈 수 있는 주요 등굣길은 어울림플라자 공사 현장의 차량 진출입로와 맞닿아있다.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은 혼자 등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저학년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 A 씨는 “지금은 괜찮은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경우 걱정 된다”며 “공사 자재도 많을 거고 트럭도 지나다닐 것 같은데 이 길로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고 말했다.
현재 통학로 인근에 배치된 안전 관리 인력은 모두 6명이다. 이들은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백석초 인근에서 보행자 통로를 안내하고, 아이들 등·하굣길 안전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공사 차량 진출입로 입구에는 실시간으로 미세먼지농도, 내부소음도, 외부소음도 수치가 나오는 전광판도 비치됐다. 한 안전관리 요원은 “등교 시간대는 통행로가 붐비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계속해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학부모협회 회장을 비롯한 학부모 대표들은 시에 노상 적치물 처리나 공사 차량 대기 금지 등 15개 가량의 공사 안전 대책을 제안한 상황이다. 시는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공사 중 소음, 먼지, 통학로 안전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시는 시설 건립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지역주민과 학부모 대표들과 만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 중에 사고가 안 나도록 안전 대책을 세우고 삼중으로 에어방음벽을 설치해 학습권을 침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라며 “현재 학부모 대표들과 소통해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는 시설 건립에 있어서 갈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은자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 센터장은 “어울림플라자는 장애인들만을 위한 시설이 20%,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시설이 80% 정도”라며 “서로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에서 소음이나 분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등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