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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시대, M&A]②“하반기 일 없다” 자금조달 부담에 M&A 위축

입력 2022-09-12 16:06수정 2022-09-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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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IFC 인수 여부 불투명…한온시스템 매각 1년째 ‘제자리’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는 심화…금리 상승에 자금줄 말라
“좋은 매물, 싸게 나온다”…신규 딜 미루고 ‘실탄 마련’ 나서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6월부터 일이 별로 없습니다”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 기업인수·합병(M&A) 분야를 전담하는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의 전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준수했던 국내 M&A 시장은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일이 급격히 줄자 지난해 휴가를 반납하고 업무에 전념하기도 했던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는 모습이 잦다는 얘기도 들린다.

‘거인의 그림자’(미국 강도 큰 금리인상)가 결국 M&A 업계를 덮친 형국이다. ‘자이언트스텝’의 여파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갈수록 커지는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M&A 시장이 말라붙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존에 진행되던 딜 클로징(거래 종료)의 불확실성이 커진 한편, M&A 매물 가격이 추가 조정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신규 딜을 미루는 전략적투자자(SI)도 대폭 늘고 있다.

치솟는 금리에 자금조달 계획차질, M&A 지연

국내 M&A 시장에선 2분기를 기점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거래 규모가 대폭 늘었던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모두 신규 거래를 꺼리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이어 경기침체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에다 조달금리와 인수금융 금리가 오르자 기대 수익률이 떨어져 거래에 대한 투자검토가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포착된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에 나섰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인수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은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을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했으나, 국토부가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지난 6월 설립 인가를 신청했던 미래에셋세이지리츠 설립을 반려하면서다. 미래에셋은 인수자금 4조1000억 원 중 2조1000억 원을 대출로, 2조 원은 지분 투자로 방향을 정했으나 지분 투자는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선순위 대출 이자가 치솟은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자동차업계 M&A 최대어 한온시스템은 M&A 시장에서 1년째 팔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예비입찰 당시 한온시스템 지분가치는 6조9000억 원, 매각가는 6조~7조 원 수준으로 추정됐으나 밸류에이션이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딜 클로징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실사를 진행하고 민간출자자(LP) 모집에 들어가 투심까지 통과했지만,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가 있고 자금 캐피탈 콜(Capital call)이 가능한 곳은 그대로 진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프로젝트펀드가 많아서 인수금융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속 매물 쏟아질까’, 가격 조정 기다리는 대기업

반대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대기업들의 경우 큰 규모의 딜을 위해 체력을 비축 중이다. 경기가 둔화될 시 매물 가격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더 싸게 살 기회가 올 거란 시각에서다. 나아가 상장폐지나 회생까지 가는 경우엔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지난달 31일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을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5%의 4.47%(2854만 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처분 금액은 5772억 원 규모다. 지분 매각에 대해 두산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만도는 지난달 판교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4000억 원에 한라운용리츠에 매각기로 했다. 매각 자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 유동성 확보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LG화학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한발 먼저 나선 곳도 포착된다. 롯데는 코스닥 상장사 제노포커스 지분 확보를 위해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제노포커스가 효소 사업과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신약 개발 기술력을 가진 만큼 인수합병을 통해 바이오 신사업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한 M&A 업계 관계자는 “전략적투자자로서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 간의 인수합병은 상반기까지 잘 진행됐으나 하반기엔 경기 불확실성으로 매물이 더 싸게 나올 것으로 보는 곳이 늘어 함부로 움직이기 쉽지 않아졌다”며 “인수합병 시 양 회사가 시너지가 낼 수 있을지 의문인 데다 향후 매수 자금을 집행하는 단계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내부에서 계열사 간 거래, 비주류 사업부 매각은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딜에 나서거나 국내 알짜 기업을 사는 경우에는 진행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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