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전 안동 고택 신발 벗고 들어갔던 인연

입력 2022-09-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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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했다. 영국 왕실은 8일(현지시간)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고 밝혔다. 사진은 1999년 방한 당시 안동 하회마을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관람한 뒤 공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생전 한국을 방문할 당시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생일상을 받은 일에 대해 언급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닿았던 점이 화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99년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3박 4일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한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당시는 1883년 한·영 우호통상항해조약을 맺고 수교한 이후 영국 국가원수로서 첫 방한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이 73세 생일을 맞은 4월 21일 하회마을에서는 전통 생일상이 차려지기도 했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담연재에서 안동소주 명인인 조옥화(2020년 별세) 여사가 마련한 생일상을 받았다. 생일상에는 국수, 편육, 찜, 탕 등 47가지 전통 궁중음식이 차려졌다. 나뭇가지에 꽃과 열매가 장식된 떡꽃 화분이 오르기도 했다.

▲1999년 방한 당시 안동 하회마을에서 '생일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 (출처=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안동 일정에서 봉정사를 방문하고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했다. 또 고추장과 김치 담그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다. 풍산 류씨 문중의 고택인 충효당을 방문한 자리에선 여왕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등 한국의 전통 예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엘리자베스 여왕은 방한 일정 동안 서울 인사동 거리와 이화여대를 찾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마련한 국빈만찬 답사를 통해 "오늘 보는 한국은 제가 왕위에 오른 1952년 당시 영국민이 알고 있던 한국과 많이 다르다"며 "한국 국민들이 산산조각이 난 나라를 다시 세우고 세계 주요 산업국가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새천년 시대를 바로 앞둔 이 시점에 이뤄진 저의 방한은 양국관계의 힘을 상징하는 그런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이 취타대의 복장에 관심을 보이자 김대중 대통령은 전통 의상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방한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내외가 김대중 대통령과 만찬자리에 참석한 모습 (출처=정부기록사진집)

이후에도 엘리자베스 여왕은 방한 당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장 제정을 위해 버킹엄궁에 온 신임 주영 한국대사들에게 하회마을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자 안동에서도 추모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와 하회마을보존회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에 방문했던 하회마을에 추모 공간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추모공간은 여왕이 하회마을에 들러 기념으로 심은 구상나무 인근에 마련될 예정이다. 당시 여왕의 모습이 담긴 사진전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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