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돌연 감산 결정에, 체면 구긴 바이든…러시아, ‘가스’ 이어 ‘원유’ 무기화?

입력 2022-09-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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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미국 사이 중립 유지해오다 태세 전환
러, 천연가스 이어 원유시장 영향력 확대 우려
가격결정력 위협에 경고 메시지 분석도
감산 소식에 브렌트유 장중 4% 이상 급등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7월 15일 사우디 제다에서 만나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제다/AP뉴시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5일(현지시간) 내달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산해왔던 OPEC+가 감산으로 방향키를 180도 전환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OPEC+는 월례 회의 후 낸 성명에서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1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지속해온 단계적인 증산을 막아서면서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은 8월 수준(하루 4385만 배럴)으로 다시 줄게 됐다. OPE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수요 회복에 따라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매월 단계적으로 증산해왔다.

감산 배경으로는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를 댔다. 이달부터는 미국의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고,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인구 2100만의 대도시 쓰촨성 청두에 봉쇄령을 내리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는 것도 원유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이란 핵 합의 도달로 이란산 원유가 국제 원유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감산 결정을 부추긴 요인이다. 이미 국제유가는 복합적인 이유로 지난 3개월 사이에 25% 하락했다.

10만 배럴은 전 세계 원유 수요의 0.1%에 그쳐 이번 감산 결정이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OPEC+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에 대한 견제를 강화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OPEC+ 감산 결정에 2.92% 상승한 배럴당 95.74달러로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4% 넘게 뛰는 장면도 있었다.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인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접고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을 요청했다. 이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물어 사우디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해왔었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 행정부는 표정관리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별도의 성명까지 내면서 “미국 주유소에서 기름값이 12주 연속 내려갔는데 인하 속도도 10년간 가장 빨랐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고 가격을 낮추는 데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천연가스에 이어 원유도 무기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에 대한 가스공급을 아예 무기한 중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동하면서 유럽의 에너지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WSJ는 미국의 증산 요청에도 OPEC이 감산을 결정한 것은 일종의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7개국(G7)이 2일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시행에 합의하자 OPEC 측이 이를 자신들의 가격지배력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보고 보복하겠다는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OPEC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천연가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구권 경제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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