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 꾸준히 늘고 있지만... 불평등의 벽 여전히 높았다

입력 2022-09-06 15:17수정 2022-09-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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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투데이)

우리나라 전체 부부 10쌍 중 5쌍이 맞벌이 부부에 해당하는 등 전연령대에 걸친 여성들의 경제활동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임금 격차, 고용안정성, 가사분담 등 일과 삶의 세부적인 면에서 성별 간 불평등의 벽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방위적인 성별 불평등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낮은 출산율 상황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는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적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성, 일하면서 가사일도 도맡는다

6일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발표한 ‘2022년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부부 10쌍 중 5쌍에 해당하는 559만 3000명이 맞벌이 부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맞벌이 부부 비율은 40대(53.1%), 30대(51.3%), 50~64세(49.3%), ~29세(38.3%) 순으로 많았다. 29세 이하 부부를 제외한 30~64세 부부 가구의 절반이 아내와 남편 모두 일을 하는 셈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의 양성간 격차도 줄어드는 추세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53.3%로 2000년 대비 4.5% 상승했다. 반면,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2.6%로 같은 기간 보다 1.8% 하락했다. 양성간 격차는 22년 전 25.6%에서 지난해 19.3%로 감소했다.

여성의 경제 참여가 지속해서 늘면서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는 사례도 증가세다. 지난해 육아휴직자 11만 1000명 중 남성은 2만 9000명으로 전체의 26.3%를 차지했다. 2015년 5000명 수준에서 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도 가사일은 여성 몫이라는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202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여성은 67.0%, 남성은 57.9%로 양성 모두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여성 20.2%, 남성 20.7%에 불과했다.

돌봄, 가사 등 가정을 꾸린 이들이 필수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노동 시간에서도 성별 간 격차는 도드라졌다. 2019년 맞벌이 여성의 돌봄, 가사 노동 시간은 3시간 7분으로 조사됐지만 맞벌이 남성의 경우 50분에 불과해 3.5배 차이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건 ‘외벌이 남편’의 돌봄, 가사 시간 역시 53분으로 맞벌이 남성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내가 남편과 함께 경제 활동을 하든 하지 않든 남성의 돌봄, 가사 시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임금 격차 더 커졌다, OECD 압도적 꼴찌

성별간 임금 격차도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성별임금격차(Gender wage gap)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1.1%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격차를 보였다.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은 68만 9000원을 번다는 이야기로,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이스라엘(24.3%), 라트비아(23.2%), 일본(22.1%)이 모두 20%대를 기록한 와중에 우리나라만 30%대를 보였을 만큼 ‘압도적 꼴찌’다.

이날(6일) 여가부가 발표한 ‘상장법인과 공공기관 근로자의 성별임금격차 조사 결과’는 이같은 현상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2364개 상장법인에서 남성은 9413만 원의 평균 임금을 받았지만, 여성은 5829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이 격차는 2019년 36.7%에서 2020년 35.9%, 2021년 38.1%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여성과 남성의 근속연수 차이는 점차 줄어드는데도 임금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장법인의 근속연수는 여성 8.3년, 남성 12년으로 31.2%(3.7년)의 차이를 보였다. 2019년엔 35.2%(4.2년), 2020년엔 32.6%(4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370개 공공기관의 성별간 평균임금 격차도 26.3%로 적지 않았다.

조린 여가부 여성인력정책과장은 “성별근속격차와 근속연수 격차에 대해서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근속연수 이외에 직급이나 근로형태 등 다양한 변이들이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직급이 낮고 근로형태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아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방위적인 성 불평등, 저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 같은 성별 불평등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합계출산율인 0.81명을 기록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출생 문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 4월 공개한 마티아스 뎁케(Matthias Doepke) 연구진의 ‘출산율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THE ECONOMICS OF FERTILITY: A NEW ERA)’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율 제고의 핵심은 “여성의 커리어와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결정짓는 요소들”이다.

여성이 일과 가정 생활 모두를 무탈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출산율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보고서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공공보육 등 가족정책 △육아에 기여하는 아버지 △일하는 엄마에 대한 호의적인 사회규범 △유연한 노동시장을 강조했다.

여성이 결혼, 임신, 출산을 경험하면서도 일을 병행해 나가는데 문제가 없도록 정부가 공공보육 등 효과적인 가족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남편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기여하고, 사회 분위기 역시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7월 발표한 ‘저출생 시대 돌봄의 질 제고를 위한 가족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통해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짚으면서 “아이를 키우더라도 일과 양육의 양립 및 이를 통한 경제적 안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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