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힌남노’가 괴물 태풍이 된 세가지 이유

입력 2022-09-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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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태풍은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세력이 약해진다. 그런데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세력을 점점 키우며 역대 최강의 태풍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유가 뭘까.

이상 고온이 ‘용승’ 작용 억제

지난주 힌남노가 일본 오키나와 부근에서 남서진하며 잠시 약해진 이유는 ‘용승’ 작용이 강했기 때문이다. 용승이란 태풍의 강한 바람이 바닷물을 위로 끌어올리면서 아래에 있던 차가운 바닷물이 위로 올라오고, 이 때문에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태풍이 에너지를 얻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태풍이 세고 강할수록 용승 작용도 활발히 일어난다. 저기압 순환에 의해 태풍이 남쪽으로 향할 때는 약간 약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힌남노가 방향을 바꿔 북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티베트고기압이 서쪽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쪽으로 한발 물러나면서 힌남노가 움직일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있는데, 이 부근 해수면 온도가 29~30도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26도 이상의 수온에서 세력을 유지하는 태풍이 에너지를 얻기 좋은 상태가 된 것이다.

뜨거운 수증기도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남쪽에서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기원으로 하는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같은 통로로 공급되면서 태풍의 재발달을 돕고 있다.

이광연 예보분석관은 “남쪽의 수증기와 고수온 해역이 태풍의 재조직화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북상하고 있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분석·감시하고 있다.(연합뉴스)

거북이걸음으로 주변 세력 흡수

힌남노 세력이 커진 또 다른 이유는 주변의 작은 열대성저기압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힌남노는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12호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열대저기압을 흡수했다. 사실상 두 개의 태풍이 합쳐서 오는 것이다.

실제로 천리안 2A호 위성 영상에 따르면 비교적 작고 단단한 형태였던 태풍이 1일 이후에 마치 솜사탕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급격히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230㎞였던 강풍 반경은 4일 오전 9시 현재 430㎞까지 확대된 상태다. 힌남노는 이후에도 북상 과정에서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서 강한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힌남노가 거북이걸음으로 이동하는 것도 세력이 줄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리면, 에너지를 천천히 흡수하면서 몸집을 크게 키우기 때문이다. 현재 힌남노는 시속 11km로 아주 느린 편에 속한다. 통상 열대에서 만들어져 북상하는 태풍은 시속 20km인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동 속도가 느리면 우리나라 내륙 통과 시에도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예컨대 2003년 4조 원가량의 피해를 낸 ‘매미’의 경우 시속 30~40㎞의 속도로 우리나라를 통과했다. 힌남노도 비슷한 속도나 그보다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도 성산읍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가고 있다.(연합뉴스)

역대급 태풍 키운 기후 변화

태풍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 받아 힘을 키운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는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약 0.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온 상승은 현재 진행 중이다.

태풍 길목의 수온이 높은 이유는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라니냐’ 영향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라니냐는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열대 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한반도 방향인 서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우리나라 인근 수역의 해수 온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31일 “3년 연속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는 것은 21세기 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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