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환율, 서학개미 "고맙다 달러야"vs동학개미 "이러다 외국인도 떠날라"

입력 2022-09-05 14:31수정 2022-09-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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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긴축 부담 이후, 글로벌 달러화 강세 지속

원화 약세가 글로벌 증시 약세로 손실을 보고 있는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에게는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고맙다 달러야=5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인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액면분할 전 달러 기준으로는 -15.66%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액면분할 전 날인 지난달 24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적용해 계산해보면 원화 기준으로는 4.78% 떨어졌다. 지난해 말 1188.8원이었던 달러당 환율은 지난 24일에는 1342.10원까지 올랐다. 치솟는 달러가 부진한 수익률의 방어막 역할을 한 것이다.

애플 수익률은 연초 후 달러 기준으로 -12.25%다. 그런데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0.57%로 ‘플러스’로 돌아선다.

서학개미 보유 종목 3위인 알파벳은 올 들어 주가가 23.91% 하락했지만, 원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올해 수익률이 -11.61% 정도다. 보유 금액 4위인 마이크로소프도 원화 기준 수익률이 -23.86%로 달러 기준 수익률(-12.73%)보다 높다. 엔비디아도 -53.60%에서 -48.62%로 줄어든다.

달러 강세는 올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제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강세의 배경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연준의 강경한 긴축 기조, 유럽을 필두로 한 글로벌 경기 불안 확대, 위험회피 강화에 따른 달러화 수요 증가라는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달러화 강세 기조가 누그러지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연준의 가파른 긴축이라는 방향성과 속도에 더불어 ‘불확실성’도 달러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며 “통화 긴축과 경기 둔화 속도 사이 줄다리기에서 강달러 여진에 원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1270∼1380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앞으로 미국 등 해외 주식을 산다면 국가별 통화의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서 투자했는데 나중에 차익실현에 나설 때 각국의 통화가치에 딸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주 산 동학개미 “악~” 소리=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 투자한 동학개미는 좌불안석이다. 환율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 해운, 철강주들이다. ‘기름 먹는 하마’인 항공기와 수송선의 연료비가 치솟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50억 원의 손실이, 아시아나항공은 284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들 회사는 지난 2분기 각각 2051억 원, 2747억 원의 환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철광석·석탄 등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 업계도 환율 급등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기업도 상황은 좋지 않다. 경기가 좋을 때라면 가격 경쟁력(원화가치 하락)이 생기겠지만, 그 반대라면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이유에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 100개 기업 중 87곳이 국제 원가재 가격 상승이 경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면 글로벌 자본의 유출을 걱정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한 후 미 연준이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 신흥국 시장이 무너졌던 2014년 ‘긴축 발작’과 유사한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다. 외국인은 9월 들어 코스피·코스닥·선물 시장에서 2조원 가까이 팔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가면 신흥국은 자국 통화 대비 수입 물가가 상승해 안 그래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예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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