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심상찮은 강달러, ‘플라자합의’ 전 수준까지 돌아갔다

입력 2022-09-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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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ㆍ엔 환율, 24년 만에 첫 140엔 돌파
달러인덱스, 110선 근접…20년 만에 최고치
강달러, 신흥국 경제 위기로 이어져

▲미국 노스 앤도버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달러 지폐를 세고 있다. 노스 앤도버/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고자 공격적인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 거듭 확인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여파에 달러 대비 주요 통화 가치가 줄줄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크게 출렁이는 통화가 ‘한때’ 안전자산으로 통했던 일본 엔화다.

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 이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장중 140엔을 돌파 장중 140.26엔까지 올랐다. 달러·엔 환율이 140엔대로 올라선 것은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달러·엔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18%나 상승했다. 이는 1979년(19%) 이후 최대로,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크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일본 엔화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110선에 근접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60개국 (신흥국·선진국 망라)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의 명목실효환율도 7월 기준 129.7을 기록해 1994년 해당 데이터가 집계된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선진국 기준으로 따로 떼놓고 살펴보면 138.7을 기록해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당시 기록한 140.3에 임박한 수준을 나타낸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선진 5개국(G5)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만나 달러화 약세를 유도한다는 데 합의한 것을 말한다.

문제는 달러 강세 장기화가 신흥국 위기를 동반한다는 데 있다. 1980년대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강타하자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 여파에 중남미 국가들은 부채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급격한 달러 강세로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국가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달러 강세 영향으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스리랑카 정부 지지자가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수도 콜롬보 대통령 집무실 밖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스리랑카 국기를 들고 있다. 이날 대통령 집무실 인근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는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정부 지지자 수백명이 몰려와 시위 텐트 등을 철거하며 공격했다. 콜롬보/AP연합뉴스

1990년대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멕시코가 위기에 내몰렸고, 아시아 외환위기 역시 달러 강세가 발단이었다. 달러 강세는 올해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부채는 올해 3월 말 기준 98조6000억 달러로 1년 새 10% 늘었다. 세계은행(WB) 집계에 따르면 신흥·개발도상국의 부채는 2020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07%로 10년 새 두 배 증가한 상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신흥국의 상당수가 대외무역 수지 개선과 외환보유고 축적 등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했지만, 국가부도에 빠진 스리랑카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WB는 “많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높은 채무 부담과 경상수지 적자가 동반해 경제회복이 더욱 더뎌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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