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프간 철수 1년…중국·러시아 활개치고 글로벌 경제는 ‘휘청’

입력 2022-08-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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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더십 타격...러시아·중국, ‘힘의 공백’ 파고들어
“러, 우크라 침공 결정 방아쇠”
공급망 혼란 가중·인플레 등 경제 막대한 타격
대중 억지력 약화로 대만해협 등 지역 안정도 위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지난해 8월 30일(현지시간) 미 육군 82공수사단 장병들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수송기에 탑승할 준비를 하고 있다. 카불/AP뉴시스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킨 지 30일 자로 1년이 지났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 결정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라는 부작용을 낳은 것은 물론 글로벌 경제까지 휘청이게 만든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전임자들이 미뤄왔던 아프간 철수를 8월 말 안으로 완료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철수 과정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예상과 달리 수도 카불을 빠르게 함락하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8월 26일 카불공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여론도 미군의 아프간 철수에 기울어져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현지 혼란이 발생하고 동맹국 사이에서도 원성이 커지자 바이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가 예상치 못한 사건 전개로 흘러가면서 전 세계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게 됐고, 바이든 지지율도 추락하게 됐다. 지난해 9월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군 철수를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74%였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 관련 대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률은 66%에 달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사이에 아프간 현지에서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700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1400명이 넘는다. 미군의 철수 여파는 아프간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면서 ‘힘의 공백’이 생겼고, 중국과 러시아는 그 틈을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

리처드 피셔 미국 국제평가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의 방아쇠가 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 강행을 바라본 러시아가 미국 밖 분쟁 개입에 신중해졌다고 판단,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앞서 러시아가 침공한다고 해도 파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과 다르게 장기화하면서 공급망 혼란은 가중됐고, 전 세계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식량 안보 위기로 내몰리게 됐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공포에 떨었던 세계 경제는 이제 경기침체 우려에 짓눌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섣부른 아프간 철군이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 셈이다.

아프간 철수 여파는 이제 우크라이나를 넘어 아시아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위기에 따른 안보 환경 변화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국과의 경쟁’으로 초점을 전환하는 순간 일어났다. 중국은 이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나가고 있다.

닛케이는 “미국의 대중국 억지력 강화가 방해를 받게 되면서 대만해협이나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안정도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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