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간장 계란밥 먹으며 버텨"…환율 급등에 유학생 허리띠 졸라맨다

입력 2022-08-30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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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딸아이와 함께 몇 달 후 미국으로 유학 갈 예정인데, 매일같이 환율을 체크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350원 선을 넘어서는 등 몇 달째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유학생과 학부모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한 명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모(27)씨는 "작년까지는 부모님이 한 달에 생활비로 150만 원을 보내주셨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 올해부터는 30만 원을 더 보내주시고 있다. 그런데도 늘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나는 장학금을 받아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지만 주변 친구들의 경우 등록금으로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다 보니 부모님께 죄송스러워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에 사는 류모(31)씨는 "유학생들이 최대한 돈을 아끼려 여름 휴가도 가지 않았다"며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돈을 송금받지 않고 그동안 모아 놓은 돈으로 최대한 버티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뉴욕에서 공부하는 권모(29)씨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비용이 훨씬 커졌다. 최근에 무려 300만 원을 주고 직항 항공권을 끊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학생 커뮤니티에도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글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이미 유학가 있는 학생이나 한창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걱정은 매한가지다.

한 작성자는 "1년 전에 등록금을 보낼 때와 비교해보니 현재 환율이 약 15% 올랐다"며 "5년 만에 이런 환율은 처음 본다"고 썼다.

유학을 준비 중이라는 또 다른 작성자는 "환율 때문에 기절할 것 같다"며 "유학 생활이 너무 걱정된다. 미리 환전을 해두려고 기다렸는데 떨어지기는커녕 더 올랐다"고 했다.

미국 교환학생에 합격한 한 대학생은 "환율 때문에 유학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다. 돈값에 미치지 못하는 경험을 하고 돌아올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미국 외에 유럽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이들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덴마크 유학생 김모(28)씨는 "덴마크 크로네가 비싸져 두 달 전만 해도 2000원이던 한국 라면이 최근에는 3500원까지 올랐다"며 "유학생들은 마감 세일 슈퍼마켓을 알려주는 앱을 이용하고, 바비큐 파티에서 단백질 보충을 하며 근근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소도시의 한 대학에 다니는 이주호(25)씨는 "부모님이 매달 원화로 똑같은 금액을 보내주시는데, 파운드로 찾을 때마다 금액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간장 계란밥처럼 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버티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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