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양향자 “칩4동맹은 기회...글로벌 스탠다드 환경 조성과 교육 개혁 실현해야”

입력 2022-08-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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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반도체는 20세기 석유보다 산업과 안보, 국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략품목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반도체 영향력을 알고 있기에 미국은 대만과 한국에 몰려 있는 반도체 제조 기반을 자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칩(chip)4동맹’을 제안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2019년 7월 반도체 스타트업에 2000억 위안(약 37조 원)을 투자하면서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복잡한 미중대립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술력도 확보해야 한다. 이투데이는 이달 초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안인 ‘K칩스법’을 발의한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무소속)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칩4동맹은 ‘기회’...‘반도체 공급망 협의기구’ 강조해야

―한국이 칩4동맹 예비회의에 참가하기로 했다.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조건을 내걸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나.

“‘칩4동맹’이라는 단어조차도 중국을 자극할 수 있어 ‘반도체 공급망 협의기구’로 명칭을 바꾸는 게 좋겠다. 영어로도 그렇게 표현해야 한다. 동맹은 4개의 국가가 똘똘 뭉쳐 한 국가를 견제한다는 이미지가 너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우리가 함께 실현하는 중요한 포지티브(positive)한 기구라는 것을 전 세계인들한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물었는데, 국익을 생각하기 전에 미국의 원천기술이나 장비 없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입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나중에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려 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미국은 분명히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이 칩4동맹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기술력을 더 키우고 주도권을 잡을 더 강한 그립을 만들어야 한다”

―기회로 삼기 위한 방안은.

“나는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만 번째 가도 기술이라고 답한다. 반도체 인재를 15만 명을 키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하는 말이긴 한데, 인재를 양성해 기술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기회가 현실이 되기 위한 방안 1. 글로벌 스탠다드 환경 조성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인재를 양성해도 그 인력이 반도체 시장에 남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지금은 대기업에 취직해도 30~40대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를 보면 이 회사에 있다가 금방 다른 회사에서 일한다. 내가 가진 기술력에 따라 나의 가치가 정해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옆에 있는 회사도 못 간다. 2년 동안 동종업계 취업 금지 등의 규제를 이제 다 풀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처럼 내가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 이 기술력이 우리를 위해 어디에서라도 쓰여야 한다”

―그러면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나.

“그건 어쩔 수 없다. 그것은 인권 문제이기 때문에 법으로 막을 수 없다고 본다. 반대로 대한민국에서 기술력으로 인정을 받게 해주고 훨씬 더 기술자를 대우해준다면 왜 나가겠나.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기준)의 기술을 많이 만들고 글로벌 스탠다드의 기술자들을 많이 키워 글로벌 스탠다드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회가 현실이 되기 위한 방안 2. 교육 개혁

―결국 엘리트 고급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우리의 고급 인력은 의대로 많이 빠진다.

“그것을 바꾸려면 교육의 판을 바꿔야 한다.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다. 인재 시스템의 개조는 국가의 개조라 봐야 한다. 반도체 특위라는 이름을 쓰지만, 이 일은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닥부터 바꿔야 하는 일이다. 이 시스템이 정착돼 제2의 반도체 산업, 제3의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가가 반도체 산업을 키운다고 하면 대학은 반도체 학과 수를 늘린다든지 자율 조정을 한다. 대학이 움직이면 고등학교 교육이 변하면서 그 아래 교육도 변한다. 그렇게 되면 외국어고도 없애서는 안 되고, 과학고도 있어야 하고, 일반고에서 이공계 비율을 조금 더 높게 만들어야 한다. 그 전에 중학교에서는 수학을 포기시키면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서 인문학 교육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은 기본이다”

―대학이 먼저 바뀌려면 교육부가 대학에 주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러기를 바란다. 국가 예산이 고등 교육에 쓰여야 하는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서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지원금이 부족하면 기부 입학제도 실시해야 한다. 기부 입학한 돈으로 한 사람이 4년간 공부를 잘할 수 있고, 박사 과정도 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도 안 된다. 정말 돈이 없어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은 도와줘야 하지만, 전체 학생들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한다는 기조로 가는 것은 안 된다. 대학이 이렇게 사정이 어렵다 보니 알룸나이들에게 기부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양향자 의원은 1967년 전남 화순군에서 태어나 1985년 고졸 학력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3년 메모리사업부 상무에 오르면서 삼성그룹 최초 여성 임원이 됐다. 2016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을 역임했다. 2020년에는 제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현재는 무소속 의원으로 올해 6월부터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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