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 맞은 ‘한국의 스필버그’ 배창호 감독 “영화는 보편적인 창조성 예술”

입력 2022-08-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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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의 영화 체험과 작품을 만들면서 고민했던 생각들과 느낀 것들을 대담으로 정리한 것이다. 독자들이 내 작품들을 기억하면서 이 대담을 읽는다면 더욱 이해가 깊어지겠지만 읽는 자체만으로도 쉽게 전달이 되도록 노력했다.

▲배창호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서출판 작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배창호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배 감독은 “내 영화를 사랑했던 관객들에게 그동안 마음에만 쌓아두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또 영화의 의미가 광범위해지는 지금 이 시대에 나의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영화적 체험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1982년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배창호 감독은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로 불린다.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영화적 인장을 스크린에 아로새기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배 감독이 주로 활동했던 1980년대 초중반은 ‘코리안 뉴웨이브(Korean New-Wave)’의 씨앗이 뿌려졌던 시기다. 코리안 뉴웨이브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후반까지 한국영화의 혁신을 지향하며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영화를 말한다.

그 물결의 씨앗을 뿌린 감독들이 바로 배 감독을 포함해 임권택, 이장호 등이다. 이들은 박정희 정권의 엄혹한 검열 정책으로 한국영화가 질적, 양적으로 쇠퇴했던 70년대를 지나 80년대에 이르러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1984년에 개봉된 배 감독의 역작 ‘고래사냥’은 가장 80년대적인 영화로 평가받는다. 최인호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세 청춘의 아프지만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로드무비다.

박유희 영화평론가는 “1980년대식 낭만은 비약과 맹점을 품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관객이 해학 속에서 이해할 때 그것은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 있었다”며 “1980년대 최고의 대중영화 ‘고래사냥’은 바로 그 지점을 성취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고래는 모두의 마음속에 보석처럼 간직하고 있는 사랑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를 느낀 소심한 대학생이 힘든 여정을 통해 행했던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었으며 자신 속에 그 사랑이 숨 쉬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배 감독은 “‘고래사냥’은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두었고 비평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이 시대에 와서 발견되는 것 같다”며 “개봉 당시에는 시대의 흐름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하던 작품의 가치가 이 시대에 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끝에 배 감독은 후배 영화감독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한국영화계는 너무 자본에 얽매여 있다. 그로 인해 감독들의 능력이 억제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영화는 분명히 예술이다. 귀족주의적인 예술이 아니라 보편적인 창조성을 지닌 게 바로 영화 예술이다. 흥행도 좋지만, 영화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좀 더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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