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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 감독 “재난 쓰나미처럼 왔다 가… 남겨진 이들 삶 생각”

입력 2022-08-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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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 (쇼박스)
9.11 테러 때 우리도 익히 들었듯이, (이별을 직감하는) 가족끼리 마지막 순간에 통화를 한다는 건 되게 소중한 일이잖아요. 그 장면이 재난 영화로서 굉장히 필요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비상선언’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을 3일 인터뷰로 만났다. 영화는 비행 중인 선체에서 벌어진 화학 테러 이후 생사의 갈림길에 선 승객과 기장, 승무원들의 마지막을 다룬다.

전반부가 긴장감 넘치는 재난 영화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후반부는 위험에 처한 주인공들이 시민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감성에 호소하는 드라마로 방향키를 조정한다. 언론 시사회 이후 재난 시퀀스에 대한 전반적인 호평과 함께 후반부의 늘어지는 호흡을 아쉬움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한 감독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한 생각을 묻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느냐’라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행기 테러 영화로서 액션과 스릴에 집중했다면 그 부분이 늘어진다고 볼 수도 있어요. 저에게는 재난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상황’이 중요했습니다. 그 상황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간 생각해왔던 삶의 방향이나 윤리와 어떻게 맞닥뜨리는지, 그 순간이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긴장의 핵심 동력인 테러리스트 진석(임시완)의 빠른 퇴장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전했다.

“재난은 마치 쓰나미처럼 왔다 가잖아요.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건도 마찬가지였죠. 알 수 없는 인물이 총을 난사하고 자신도 자살했어요. 생존자들은 지금까지도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재난과 싸우는 거죠. (‘비상선언’은) 그 뒤에 남아 있는 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비상선언’은 추락사고 위협에 놓인 선체 내부 상황을 실감 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잉 777기 규모의 비행기를 360도 회전하는 등 촬영 기술 면에서의 도전과 진일보가 돋보인다.

이는 국내 기술 업체 데몰리션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당초 미국 할리우드와 영국의 특수제작업체가 한국으로 들어와 촬영을 도와주기로 했지만 팬데믹으로 작업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인력으로 대안을 찾았다.

한 감독은 “360도 장면을 포기해야 하나 하다가 국내 기술진에게 한번 물어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연락했다. 메이킹 영상을 보더니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하더라. (좌석이) 3, 3, 3석으로 배열된 비행기를 돌리는 건 전 세계적으로 없었던 일이라고 들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못 했던 거지만, 한국인들은 (그런걸) 해내지 않나”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또 “처음에는 아무도 타지 않은 채로 비행기를 돌렸고, 다음에는 3중 안전장치를 한 무술팀이 탑승한 채로, 그 다음에는 스태프가, 그 다음에는 승객들이 탑승했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시작해 속도에 익숙해지게 한 뒤 빨리 돌리는 단계까지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감독은 선체 바닥에 고정장치를 설치해 발을 묶고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하면서 승객들의 생생한 반응을 따냈다고 한다.

▲'비상선언' 스틸컷 (쇼박스)

촬영에 활용된 비행기는 미국의 폐비행기 착륙장에서 공수한 것이다.

“’비행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폐비행기 착륙장에서 미국 업체를 통해 비행기를 골랐고, 그걸 다 쪼개서 한국으로 보내줬습니다. 국내 미술팀이 받아 (조립한 뒤) 한국 비행기처럼 장식을 했죠. 이후 짐볼에 올려 촬영한 겁니다.”

유례없는 비행기 360도 회전 시퀀스에 더해 ‘비상선언’은 땅에서 촬영하는 전도연, 송강호와 기내에서 촬영하는 이병헌, 임시완 등 두 팀으로 나누어진 현장을 운영하는 등 제작 과정이 단순하지 않았다. 때문에 촬영 전 콘티를 세 번이나 짤 정도로 장면 계획을 철저하게 세웠다고 한다.

한 감독은 이 과정을 거쳐 완성한 ‘비상선언’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간이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고 이기심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조금의 용기와 내 일에 대한 성실함을 갖는다면 이런 재난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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