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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크래커] ‘칩4동맹’ 때문에 ‘쥐포’된 동아시아...‘칩4동맹’이 대체 뭐길래

입력 2022-08-04 16:15수정 2022-08-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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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만료를 앞둔 낸시 펠로시(82) 미국 하원의장의 마지막 아시아 순방으로 동아시아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창건일 다음날인 2일 대만을 방문해 중국을 자극했고, 한국에서는 4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났는데, 전날밤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국회와 정부 관계자가 없어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5일에는 아시아 순방 마지막 국가로 일본에 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난답니다.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국 하원 의장이 조셉 우(왼쪽) 대만 외무장관의 환영을 받으며 공항을 나오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사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영접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중 관계가 악화할 대로 악화해 그 임계점을 시험하는 수준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은 대중국 관세 폭탄으로 무역 전쟁을 일으켰고, 조 바이든 정권 역시 대중 강경일변도이며, 신장 위구르 자치구, 홍콩, 대만 문제에 대해선 미국 의회가 여야 할 것 없이 초당파적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중 양국 사이에 낀 한국과 대만, 일본을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방문한 데에는 당연히 속셈이 있는 것이죠. 펠로시가 대만을 가장 먼저 간 건 언뜻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을 도발하려는 의도 같지만, 사실은 반도체 동맹 ‘칩4(팹4)’ 가입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가전, 무기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부품입니다.

반도체는 ‘미래산업의 쌀’, 바로 먹거리인데, 그 세계적 생산 기술이 현재 대만 한국 일본에 다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이걸 장악해야 경제적이든 군사적이든 G2인 중국보다 절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초조함이 있습니다. 한국 미국 대만 일본 4개 나라를 ‘칩4(반도체 공급망 동맹)’로 묶어놓고, “미국 편들래 중국 편들래?” 갈라치기를 하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고, 그에 앞서 3월 백악관에 불러서는 삼성의 대미 투자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화상 면담에서는 2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데 대해 “땡큐, 토니(최태원 회장 영어이름)”를 외치며 “역사적 발표”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매우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펠로시 의장이 3일 대만에서 유일하게 만난 기업인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TSMC 류더인 회장이었던 것도 칩4 동맹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류 회장과 만나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 등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류 회장은 펠로시를 만났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 찍히게 됐습니다만.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AP뉴시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을 반도체 밸류 체인에서 자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음모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칩4 동맹은 자유무역에 맞지 않고, 반도체 공급망을 혼란시킨다”고 비판하고 있죠.

이를 의식해 박진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외신기자들과 만나 “칩4 동맹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협력을 보장하기 위한 협의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에 대해 오해가 있을 경우 오해를 풀기 위해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다음 달(8월)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식 노선은 정부가 오로지 국익에 입각하여 결정을 내릴 것이지만, 한국이 칩4 동맹에 합류할 것이라는 징후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미국은 8월 말경 1차 칩4 동맹국 회의를 개최하고 싶어 하지만, 나머지 3개국은 비공개로 개최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건물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 중국군의 대만 주변 해역 군사 훈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여기서 ‘배제된 특정국’ 중국의 반발은 꾸준하고 집요합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한국이 한중 관계 발전과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자국의 장기적 이익, 공정과 개방의 원칙에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입장에 특히 민감한 모습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함에 따라 한국이 중국 반도체 자급제 추진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이를 의식해, “한국이 비용과 이점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장관은 “칩4 동맹 가입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그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거기에 참여한다면 무엇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보복으로 반격할 수도 있고, 그에 대한 대응책이 중국에 있는 한국 투자 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사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만약 한국이 미국과의 기술 동맹에 대해 계속 흔들린다면, 그것은 국가안보와 외교 문제 모두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은 반도체 칩 설계와 소프트웨어, 장비에 대한 핵심 지적 재산을 보유한 기업들의 본거지”라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는 “반도체 지형을 보면, 미국은 집주인과 같고 나머지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은 세입자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은 진퇴양난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할 수 밖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에 가한 다양한 제재를 한국 기업에도 적용할 것이기 때문이죠.

지난달 말 미국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관련법 ‘가드레일 조항’도 문제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아시아 순방은 ‘칩4’ 가입에 대한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상기시킨다”며 “미국의 ‘칩4’ 가입 요구는 우리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 같은 것이라 판단한다”고 적었습니다. 칩4 가입 요구를 거절했을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국익 손실의 크기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한국에 통보한 ‘칩4’ 가입 결정 시한은 8월 말입니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과 마카오 주재 미국 총영사관 밖에서 열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모의 장례식에서 친중파들이 그의 사진을 짓밟고 있다. EPA연합뉴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칩4 동맹 가입을 반대하는 중국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60%가 중국으로 향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공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의외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칩4 동맹이 당장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칩4에 가입한 후에도 중국이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입니다. 삼성, SK와 중국 고위 관리들과의 파트너십은 매우 견고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협회 회장인 박재건 한양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하게 되면 중국의 이익이 손상되기보다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 교수는 “현실적으로 중국에 있는 한국의 반도체 공장은 미국 장비 없이는 업그레이드나 증설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핵심 장비의 수명주기가 2~3년을 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단은 한국의 칩4 동맹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우세한 걸로 보입니다. 어쨌든 칩포인지 쥐포인지, ‘칩4 동맹’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당분간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4일 오후 1시 중국군 동부전구가 대만해협에서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펠로시 여사의 대만 방문 후폭풍이 거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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