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 1년 새 20% 늘어…부동산 PF 신용등급 '빨간불'

입력 2022-08-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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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금융감독원)

최근 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위축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가 증권사들의 신용위험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기자본 규모 상위 10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30조76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25조5572억 원)보다 20.39%(5조2120억 원) 증가했다.

증권사별로 채무보증 규모를 보면 메리츠증권이 4조83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증권(4조3980억 원), 신한금융투자(4조2780억 원), KB증권(4조1703억 원), 삼성증권(4조480억 원)이 4조 원대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2조6753억 원), 미래에셋증권(2조4461억 원)은 2조 원대를 웃돌았다.

채무보증은 증권사들의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로 채무에 대해 제3자가 보증을 해준다는 의미다. 채무보증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동산 PF 사업장을 상대로 부동산 사업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 증권에 유동성 또는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형 증권사(자기자본 500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들의 부동산 PF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형 증권사들은 초대형사(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대형사(자기자본 1조 원 이상 4조 원 미만)들보다 영업경쟁력이 낮다. 이에 추가적인 위험인수 없이 부동산 사업장 주관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국내 사업장에 대한 우발부채, 대출 및 사모사채 형식의 익스포져가 크기 때문이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대형사의 경우 보수적인 위험인수 기조를 이어가며 자본적정성 지표 하락폭이 크지 않았으나, 중대형사 및 중소형사는 확충된 자본력을 기반으로 위험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지표 저하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이 지난달 28일 국내 증권사들의(24개 사)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해 3가지 모니터링 지표(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져, 사업 초기단계 익스포져, 중후순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올해 1분기 말 기준) 중형사(71%)와 초대형사(70%)의 부담이 대형사(62%) 대비 크게 나타났다. 3가지 지표 가운데 임계수치를 2개 이상 웃도는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4개 사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신용등급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나신평은 SK증권에 대해 사업기반이 약화되고, 최근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시현하는 등 수익성이 저하됐다며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직후 증권사 등 자본시장의 PF 대출에서 우발채무(장래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 생기는 채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사에 관리 강화를 강력히 주문했다. 증권사들은 업무보고서에 부동산 채무보증 계약, 대출 채권·사모사채·지분 증권 투자, 부동산 펀드·유동화 증권 투자 등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투자 현황을 담아 제출해야 한다.

나신평은 "사업환경과 증권사의 투자행태가 급변해 지표와 임계수치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정된 견해를 공식 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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