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주택구입 LTV 완화 첫날…시장은 ‘냉랭’

입력 2022-08-01 16:00수정 2022-08-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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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금리 인상 '겹악재'
여름 휴가철 겹쳐 거래절벽 지속
"대출받아 사는 게 맞는지 의문"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지난달 매매를 한 건도 못 쳤습니다. 문의도 끊겼구요. 저희 부동산이 주변에선 매물도 많고 잘하는 집으로 소문난 곳인데 이렇습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대출을 늘려줘도 시장이 너무 안 좋은데 소용 있겠습니까?”(서울 서초구 B공인 관계자)

정부가 1일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완화했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에 기준금리 인상 ‘겹악재’로 시장이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 여름 휴가철마저 겹쳐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완화된 LTV 규제를 적용한다. 이에 생애최초 주택 매수자가 대출받을 경우, 주택 소재 지역이나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LTV 상한선 80%를 적용받을 수 있다. 생애 최초 주택 매수자가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다고 가정하면 현행 기준으로는 LTV 40%를 적용받지만, 이날부터 최대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어 대출 총량이 늘어난다. 대출한도는 기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된다.

이렇듯 정부는 LTV 완화를 통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노렸지만, 부동산 시장은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면서 대출 규제 완화에도 요지부동이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서초구 B공인 관계자는 “6월에는 그래도 간간이 거래는 됐지만, 지난달부터는 아예 거래 자체가 없다”며 “전화로는 호가만 대충 물어보고 끊는 경우가 많고, 문의 전화마저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H공인 관계자는 “빌라 잔금일을 20일로 설정하고 지난달 거래된 건이 있었지만, 당장 문의가 늘거나 하는 특별한 차이는 없다”며 “8월 1일부터 LTV 완화된다는 소식이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그 이전부터 거래가 안 됐고, 지난 주말에도 비슷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무주택자는 LTV 완화안에 대한 문의보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이 더 많았다. 연말 주택 매매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LTV가 완화돼 최대한도인 6억 원을 다 채워 받으면 월 이자만 200만 원이 넘는데 집값 하락장에 대출을 받아 사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여전히 반영되는 만큼 LTV 완화 효과가 반감된다는 불만도 줄을 이었다. 한 글쓴이는 “집안 사정으로 남편이 외벌이로 연봉 4000만 원을 받고 있는데 DSR 규제 때문에 LTV가 완화돼도 ‘풀 대출’을 받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부터 강화된 DSR 규제에 따르면, 총대출액이 1억 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비은행권 50%)를 넘는 경우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렇듯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거래 증가 효과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 주말과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6만2156건으로, 사흘 전인 7월 29일 기준 6만3740건보다 2.5% 줄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수도권인 경기와 인천 아파트 매물 건수 역시 각각 2.8%와 2.9% 하락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LTV 완화가 시행됐지만, 시장 분위기 반전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집값 상승 전망이 꺾였기 때문”이라며 “하반기까지는 부동산 시장 반등 계기가 없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거래 절벽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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