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고에도....7조 이상외환거래 은행 '뒷북대응' 지적

입력 2022-07-31 10:35수정 2022-07-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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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시중은행 이상 외환거래 의심 자료제출, 금감원 작년 수차례 경고

7조 원에 달하는 이상 외환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은행들도 내부적으로 점검을 시행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외환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문제가 발생하자 은행들이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은행, 이상 외환거래 의심 등 관련 자료 금감원에 제출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은행들은 작년부터 최근까지 송금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인 외환거래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상 거래 의심 건 등이 포함된 자료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 6월 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비정상적인 수조원대 외환거래가 발견되자 금감원이 이달 초 국내 은행들에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신한, 우리은행 등 2개 은행에서 확인한 이상외화송금 거래 규모(잠정)는 총 4조1000억 원이다.

금감원은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추가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주요 점검 대상 거래 규모는 약 7조 원 수준이다.

은행들은 각자 외환거래 점검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내달 중 외화 송금의 적정성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팀을 본점에 꾸리고, 영업점에서 특이사항이 있다고 판단되는 외화 송금 거래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한 번 더 들여다볼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해외 송금을 처리할 때는 추가 정보를 요청해 거래 진정성이나 자금 원천을 미리 확인하고, 자금세탁 방지 관련 사항도 고려해 유관 부서와 협의하도록 하는 등 주의 환기 조치를 시행했다.

금감원, 1년전 은행들에 가상자산거래소 연계 이상외환거래 점검 '경고'

은행들이 자체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금감원이 외환거래법 상 확인 의무 등을 강화하라고 은행들에 경고했음에도 빠르게 대처하지 않아 이번 이상 외환거래 사태가 확대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초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가 횡행하자 그해 4월에 5대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을 상대로 화상회의를 열고 주의를 당부했다.

당시 금감원은 이들 은행에 외환거래법상 확인 의무나 자금세탁방지법상 고객 확인제도,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를 확인하는 강화된 고객 확인(EDD) 제도 등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이 시기는 하나은행에서 3000억 원대 외환거래를 적발한 직후다. 지난해 5월에는 하나은행에 검사를 나가 다른 은행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신호를 줬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당시 적발된 건으로 하나은행의 관련 영업점은 과징금 5000만 원에 4개월의 업무 일부 정지 처분을 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가 많았다. 가상화폐는 외국환거래법상 근거가 없는 상품인데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니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철저히해 달라고 은행에 주의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5대 은행들이 금감원의 거듭된 경고에도 외환 송금의 수수료 이익 때문에 자체 검사를 소홀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에서 다시 이상 해외 송금 사태가 발생으로까지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이 가상화폐가 국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환치기 세력의 조직적인 범죄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점검 대상에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과 인터넷뱅크 등 은행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 대상과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외에 여러 시중은행에서 이상 해외송금 정황이 다발적으로 발생했다면서 가상화폐와 관련한 이상 해외송금 사례에서 불법성을 확인했고 검사 대상을 광범위하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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