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걱정되는 외국인 ‘셀 코리아’]①한미 금리역전, 글로벌 핫머니 이탈 본격화할까

입력 2022-07-28 07:27수정 2022-07-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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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와 달러 원 환율
19조 원. 올 한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팔아 치운 주식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시가총액 점유율도 30% 밑으로 떨어졌다. 치솟는 환율과 치솟는 물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자 글로벌 핫머니 이탈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증시 주변 여건도 이탈 요인이 더 많다.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투자 부진 속에 불쑥 튀어나온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는 한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 상승)의 늪으로 몰고 가고 있다.

◇자이언트스텝발 자금이탈, 공포아닌 현실=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들어 27일까지 9963억 원(코스피 1조5683억 원, 코스닥 -5720억 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이로써 올해 들어 19조 원어치 주식을 처분했다.

기술주가 맥을 못추는 가운데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은 외국인 ‘팔자’로 이어져 증시를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대만(2분기 170억 달러)과 한국 증시(96억 달러)에서의 자본 유출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주의 약세 영향 때문으로 봤다. 세계 증시에서 기술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악재에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높다는 지적까지 겹치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주가 주요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만은 절반 남짓이고, 한국은 3분의 1가량에 달했다.

외국인들은 채권도 18개월 만에 순회수했다. 매수보다 매도 또는 만기 상환 금액이 더 크다는 뜻이다. 2020년 12월 이후 외국인은 채권만큼은 순투자해왔으나 지난달 국내 상장채권 9340억 원을 순회수했다.

◇겹악재 속 추가 이탈 우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7일(현지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FOMC) 회의에서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에도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역전된 한국 기준금리(2.25%)와 미국 기준금리(2.25~2.50%)차도 더 확대될 가능성은 짙어보인다.

외국인 추가 이탈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해외로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달러당 원화값은 한층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를 더 비싸게 주고 사와야 해서 국내 물가는 더 높아진다. 미국발 자이언트 스텝이 ‘한미 금리 역전→자본 유출→원화값 하락→수입 물가 상승→국내 물가 악화’라는 경제 악순환을 재촉할 수 있는 셈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고 원·달러 환율 약세가 진행되면 외국인 금융자산이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우려는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내년 경기침체에 들어설 가능성을 30%로 기존의 15%에서 상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미국의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40%로 올린 바 있다.

국내 경기도 불안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5%로 높였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로 낮췄다. ADB는 한국의 견조한 대외수요가 소비·투자 둔화를 상쇄했으나, 앞으로 금리 인상과 세계경제 성장세 약화가 성장률 제약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AD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KDI(2.8%), OECD(2.7%), 한은(2.7%)보다 낮고 IMF(2.5%)보다는 높다. 정부의 2.6%와는 같다.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환율 및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자본유출 가능성을 높이고 환율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의 급격한 이탈이 예상되는 경우 외환 건전성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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