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 정점 신호 보이지만…하락 속도 기대 못 미칠 듯

입력 2022-07-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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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 6월 중순 고점에서 10% 하락
밀 선물 가격도 5월 중순 이후 37% 빠져
“미국 CPI 상승률 연말에도 7.5~7.8% 전망”
“하락세 느릴수록 경기침체 피해 더 커질 것”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달 30일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연말까지 7%대로 높은 속도를 유지하는 등 하락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투자정보 업체 에버코어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휘발유 가격이 지난달 중순 고점을 기록했던 5.02달러에서 현재 약 10% 하락한 점과 밀과 옥수수 선물 가격이 고점이었던 5~6월보다 각각 37%, 27% 하락한 점을 이유로 들면서 인플레이션 고점론을 펼쳤다.

하이먼 회장은 또 “최근 통화 공급 증가율이 급격하게 둔화했는데, 이는 긴축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송데이터 제공업체 제네타를 인용해 동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의 상품 운임이 한 달 전 대비 11.4% 낮아진 점도 신호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정점 신호는 채권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미 5년물 국채 금리와 5년물 물가연동채권의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BEI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3월 3.59%에서 현재 2.67%까지 떨어졌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라고도 불리는 BEI지수는 통상 시장 참여자들의 인플레이션 예상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또 ICE거래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에 기반을 둔 파생상품과 채권 시장 트레이더들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이 1년 내로 2.3%까지 하락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공개된 6월 CPI 상승률은 9.1%를 기록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노무라증권의 아메미야 아이치 이코노미스트는 “이른 감이 있지만, 6월이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본다”며 “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의 변동성이 앞으로 몇 달간 지켜봐야 할 핵심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미시간대가 조사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지난달 3.1%에서 이달 초 2.8%까지 떨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평균과 같아지는 등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정점 신호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 대부분은 연말까지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극적인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진 않고 있다.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흐름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6월이 정점이더라도 우린 여전히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며 “4분기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7.5~7.8%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점이든 아니든 인플레이션은 연말까지 고통스러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썰물 속도가 느릴수록 피해가 큰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계속될수록 연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더 큰 경기침체 위험을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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