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리츠 TOP10 지수’ 이달 6.59% 하락…거래소 산출 테마 중 가장 큰 낙폭
인플레이션 시기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았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금리 인상에 부동산 수익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리츠로 구성된 ‘KRX 리츠 TOP10 지수’는 이달 들어 6.59% 하락했다. 거래소가 산출한 테마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52주 신저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NH올원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 신저가를 경신했다. 전체 상장리츠 가운데 이달 중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20개 중 17개 종목에 달한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운용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자기관리리츠는 50%)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배당수익이 쏠쏠하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2일 종가 기준 코람코에너지리츠의 예상 주가배당률이 11.86%로 가장 높았다. 에이리츠(10.44%), 제이알글로벌리츠(8.40%), 케이탑리츠(7.55%) 등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상장리츠의 주가배당률도 평균 5.6%로 예측됐다.
특히, 리츠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매력적인 투자처 중 하나로 꼽힌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데다가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안할 때도 변동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잇따른 금리 인상이 리츠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츠는 손익 구조가 단순해 상대적으로 금융비용의 비중이 커서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이 늘어나 수익률이 하락하고, 외부적으로는 자산 편입도 위축될 수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점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자산 편입을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해 금리 인상은 이자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지금 리츠 운용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오직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져 임대수익이 하락하는지 여부”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리츠의 하락 원인 중 핵심 요인은 금리라고 보고, 금리 고점을 확인한 후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금리 상승과 전례 없는 저금리 시기의 기저효과로 비용을 상회하는 임대료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부 리츠들은 선순위 대출금리가 불과 2.5% 수준인데, 현재 시장에서 선순위 대출금리가 5%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비용이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마스터리스 구조의 장기 임차 계약 비중이 높은 국내 리츠의 경우 경기 영향이 적은 방어적 성격을 띠고 있어 금리 정점을 확인한 후 진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