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100명당 2.64명”...‘우영우’로 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입력 2022-07-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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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 (출처=나무액터스 제공)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자폐인 동생이 의대생 형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은 사건을 맡은 우영우(박은빈)는 나치가 정신질환자를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분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독백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성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국내 1, 2위를 다투는 대형 로펌 한바다에 입사한 변호사다.

그러나 우영우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법정에서 우영우와 대치하던 검사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그저 ‘심신미약 환자’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버린다.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는 우영우와 함께 걸어가다가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편견 속에서도 우영우는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은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가 곧 “보통 변호사란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며 우영우에게 사과한다. 그러나 우영우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괜찮다. 저는 ‘보통 변호사’가 아니다”고.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출처=ENA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회 0.9%였던 시청률은 8회 13.1%까지 뛰었다. 이는 요즘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에서도 달성하기 힘든 시청률이다. 동시 방영 중인 넷플릭스에서도 2주 연속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폐는 한자로 스스로 자(自), 닫을 폐(閉)다. 즉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상태로,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전반적인 발달장애를 말한다.

과거엔 유아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발달장애 등의 용어를 혼용하다가 2013년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일했다.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는 무지개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이 장애의 모습이 광범위한 증상과 중증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영우처럼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고기능 자폐증 환자부터 2~3세 수준의 지능을 가능 환자까지 존재한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출처=ENA 제공)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생각보다 흔한 장애다. 2011년 발표된 전수 역학조사 결과 국내 7~12세 아동의 자폐증 유병률은 2.64%로 나타났다. 100명 중 2~3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병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기준 국내 자폐스펙트럼장애 인구는 2010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3만1000명에 달해 10년 새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여아보다 남아에서의 유병률이 3~4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 뇌의 기능 이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유전적 위험요소와 환경적 위험요소가 함께 작용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산전, 산후 합병증이 있으면 자폐 관련 증상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우영우처럼 남과 눈을 잘 맞추지 않고, 발달 수준에 적합한 또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사용이 적절하지 않거나 부자연스럽다. 바로 옆에서 넘어진 아빠를 보면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우영우의 어린 시절 모습처럼 타인에 대한 흥미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출처=ENA 제공)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도 대표적 증상 중 하나다. 언어발달이 느린 경우가 많은데, 대다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영유아의 부모가 자녀의 발달 이상 징후를 처음 느끼는 계기가 된다. 대화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반복되는 말이나 특이한 언어를 쓰고, 우영우처럼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어를 쓰기도 한다.

작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공존한다. 우영우처럼 천재적인 면만 강조한 설정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영우 같은 천재 자폐 환자는 드물다. 자폐증이 있는 이들 중에서 기억, 암산 등 특정한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것을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자폐증 환자의 약 1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역사적 비극을 가지고 있다. 우영우가 극 중에서 말한 것처럼, 1944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처음 발견한 오스트리아 출신 소아과 의사 한스 아스퍼거는 나치 부역자였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출처=ENA 제공)
아스퍼거는 나치의 우생학적 관점에 따라 살 가치가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구분하는 일을 했다. 그는 자신이 진료한 어린이 환자들 중 ‘살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아이들을 오스트리아 빈의 암슈피겔그룬트 클리닉에 넘겼다. 1940~1945년 8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이곳에서 죽었다. 이 중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아이들이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의 오해와 편견을 깨고 있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현실에서는 우영우보다 어린아이의 지능을 지닌 김정훈(문상훈)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우영우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봐주는 더 많은 정명석과 강태오, 최수연(하윤경)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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